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 중인 가운데 러시아에 전달할 북한제 무기를 싣는 데 활용된 선박이 중국 항구에 석 달째 정박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북-러 무기 거래를 지원한 정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링컨 장관이 러시아 지원 중단 등 중국에 강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보고서에 따르면 올 1월 러시아 화물선 ‘앙가라’호가 북한과 러시아를 오간 후 2월 9일부터 중국 동부 저장성의 한 항구에 정박 중인 상태다. RUSI는 “위성사진, 선박 위치 발신장치(트랜스폰더)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앙가라호는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항구를 총 11차례 오갔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앙가라호가 중국 항구에 정박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확인했다. 이어 “북-러 군사협력 문제는 블링컨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 회담에 주요 의제로 오를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양측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 마지막 날인 26일 베이징에서 만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25일 천지닝(陳吉寧) 상하이시 당서기를 만나 중국의 무역정책과 비(非)시장적 경제 관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블링컨 장관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수도 베이징보다 ‘경제수도’ 격인 상하이를 먼저 찾은 것을 두고 미중 간 협력 강화와 교류 확대를 강조하는 동시에 중국의 과잉생산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이날 주상하이 미국 상공회의소를 찾아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대표들과 라운드테이블 행사 등을 한 뒤 베이징으로 이동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 성사 여부도 관심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6월 방중 당시 예고 없이 시 주석과 면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포함한 안보지원 패키지 법안에 서명한 직후인 데다 중국 외교부가 미국의 무역조치 중단을 비롯한 5대 요구사항을 쏟아내는 등 양측이 신경전을 펴고 있어 예단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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