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지역에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찍는 등 기록적인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기상청은 전날인 27일 필리핀 마닐라의 기온이 38.8도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1915년 5월 이후 최고 기록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자 필리핀인들은 에어컨이 설치된 쇼핑몰과 수영장에 몰려 들었다. 두 살배기 딸과 함께 마닐라의 쇼핑몰에 갈 계획이라고 밝힌 마닐라 주민 게리스게리스 레예스(31)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 제가 경험한 것 중 가장 덥다”며 “전기 요금을 줄이려면 무료 에어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리핀 마닐라 인근 카비테 지역의 리조트를 운영하는 낸시 바티스타(65)는 “우리 손님들은 더위와 싸우기 위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며 “여기서 경험한 것 중 가장 더운 날씨”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기상청은 오는 29일 열파 지수(heat index·체감 온도)는 최고 46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이에 교육부도 무더운 날씨에 대응해 29일과 30일 모든 공립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필리핀 대부분 학교에는 에어컨이 없는 탓에 일부 학교들은 이미 이달 초부터 등교를 중단하고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필리핀 루손섬 당국은 직원과 주민들에게 미치는 폭염의 영향을 고려해 7월까지 주 4일제 근무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필리핀 민영방송 ABS-CBN에 따르면 셔윈 게찰리안 필리핀 상원의원은 현재 필리핀의 47개의 발전소가 발전을 멈췄으며, 더운 날씨로 수위도 낮아져 21개의 수력발전소가 작동이 중단됐다고 언급했다.
아시아뉴스네트워크(ANN)은 필리핀 루손섬의 전력 사용량은 올해 최대 예상 수요였던 1만3917㎿(메가와트)를 넘어서 26일 기준 이미 1만4016㎿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전력 부족을 우려하며 국민들에게 전기 사용을 절약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필리핀 이외에도 태국, 미얀마,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및 남아시아 국가들도 모두 불볕더위로 고통받았다. 통상 이 지역에는 3월부터 5월까지 건기를 거치며 폭염이 찾아오는데, 올해는 특히 엘니뇨 현상이 영향을 미치며 예년보다 높은 수준의 기온을 기록했다.
태국 북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최고 44.1도까지 올라가며 기록적인 더위를 맞닥뜨렸다. 전력 사용량은 27일 저녁 기준 3만6356㎿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태국 정부에 따르면 올해 태국에서 폭염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 수는 약 30명으로, 지난 한 해 전체 폭염 사망자 수가 37명인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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