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망명심사 탈락 불법이민자’ 르완다로 첫 이송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일 03시 00분


510만원 지원 대가로 이주 합의
“수낵 정부, 선거 앞 우파 의식” 지적
난민들 일부는 아일랜드로 탈출

영국 상원에서 지난달 23일 ‘불법 이민자 르완다 이송법’(르완다 모델)이 통과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영국 정부가 발 빠르게 르완다로 불법 이민자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2일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 일부 지역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反)이민 정서가 강한 보수 성향 유권자의 결집을 노린 리시 수낵 총리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망명 심사에서 탈락했던 아프리카 출신 남성이 전날 르완다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영국 정부가 불법 이민자를 제3국으로 보낸 첫 번째 사례다.

일간 더타임스는 “이는 르완다 모델이 적용된 경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르완다 모델이란 영국으로 망명 신청한 불법 이민자들을 르완다가 받아들이는 대신 영국이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해당 이민자는 르완다 모델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올 초에 최대 3000파운드(약 510만 원)를 지원하는 대가로 이미 르완다로 가기로 영국 정부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간 가디언은 “지지율이 떨어져 고심하는 수낵 총리가 당장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하반기 치러질 총선을 염두에 두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추방’에 속도를 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르완다 모델은 의회를 통과했어도 실제 적용까지는 몇 주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게다가 유럽인권협약(ECHR) 서명국인 영국으로선 공개적으로 르완다 모델을 반대한 유럽인권재판소가 법적 제재에 나설 경우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수낵 총리의 르완다 모델은 외교적으로도 잡음이 적지 않다. 최단 거리로 12마일(약 19km) 떨어져 ‘영국과 가장 가까운 이웃’인 아일랜드는 지난달 28일 “최근 불법 이민자의 80%가 르완다 이송을 피해 영국에서 왔다”며 “영국은 이들을 다시 데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BBC방송은 “수낵 총리가 이를 거절하자,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는 법무부에 해당 망명 신청자들을 되돌려 보낼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영국#망명심사 탈락#불법이민자#르완다#첫 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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