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세금전쟁… “부자-대기업 증세” vs “모든 계층 감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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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환경 달라 ‘세금정책’ 극과 극
바이든 “부유층 감세 낙수효과 없다… 소득 40만달러 이상 가구 감세 폐지”
트럼프 “무상복지 확대는 매표행위… 추가 감세로 새로운 ‘트럼프식 호황’”

“대기업과 부유한 사람은 ‘정당한 몫(세금)’을 내야 한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전 계층에 대규모 감세를 하겠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정책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도입한 감세 조치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유층과 대기업의 세금을 올려 서민을 지원하겠다고 맞섰다.

미 최대 도시 뉴욕의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펜실베이니아주 탄광촌 스크랜턴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바이든 대통령은 세금을 보는 세계관 자체가 다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도한 세금이 기업 활동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부자 증세’로 학자금 대출 탕감 같은 무상복지를 펴는 것은 ‘매표 행위’라고 비판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감세론자가 주장하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즉 부유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활력을 늘린다는 주장은 허구라고 반박한다.

● 트럼프 ‘감세’ vs 바이든 ‘증세’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 대선 유세에서 “바이든의 세금 인상 정책을 대신해 중산층, 상위층, 하위층, 비즈니스 계층에 대규모 감세를 하겠다”며 전 계층에 대한 감세를 선언했다.

그는 집권 첫해인 2017년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유산세(Estate Tax·한국의 상속세 형태) 감면 등 여러 감세 정책을 시행했다. 이것이 팬데믹 이전인 2018, 2019년 미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하며 주요 치적으로 꼽는다. 2025년 말 만료되는 개인 소득세 감면 정책도 연장할 뜻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 2월 유세에서도 “이전에 본 적 없는 추가 감세를 하겠다”며 새로운 ‘트럼프식 호황’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낮춘 법인세율을 다시 28%로 올리고, 자산 1억 달러(약 1300억 원) 이상의 부유층에 소득세 최저세율 25%를 적용하는 일종의 ‘부유세’를 도입할 뜻을 수차례 밝혔다.

그는 3월 국정연설에서 “억만장자들이 연방정부에 내는 세율이 대다수 미국인보다 훨씬 낮은 8.2%에 그친다. 이를 25%로 높이겠다”며 “억만장자가 교사, 청소부, 간호사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선 안 된다”고 부유세 도입 의지를 강조했다.

유세 때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저가 플로리다주 대저택 마러라고 리조트임을 겨냥해 “나는 마러라고가 아닌 스크랜턴의 눈으로 경제를 본다”고 외친다.

● 이코노미스트 “둘 중 누가 돼도 정부부채 ↑”

두 사람은 상대방의 세금정책을 강하게 비판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자 증세로 학자금 대출 탕감 같은 현금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매표 행위’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현금복지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수 효과가 없을뿐더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자이기 때문에 부유층 위주의 감세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공격한다. 지난달 16일 고향 스크랜턴 유세에서도 “트럼프는 부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상속이라는 걸 배웠다”고 날을 세웠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감세를 주장하는 트럼프, 사회복지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바이든 누가 대선에서 승리해도 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연방정부 지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노인과 장애인 대상 공공 의료보험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코노미스트는 “노인 의료보험 및 연금 지출을 해결하지 못하면 35조 달러(약 4경8000조 원)에 달하는 미 재정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 대선#세금전쟁#세금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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