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확보 총력전에 나섰다(표 참조).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엔 대용량 전력이 필요하고 개발 경쟁이 가속화할수록 그 규모가 더 늘어나는데, 현 전력 공급망으론 증가하는 미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빅테크 대부분이 ‘RE100’에 동참하고 있어 종국엔 투입 전력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인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2030년까지 60% 이상, 2040년까지 90% 이상 대체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MS, 재생에너지에만 14조 투입
가장 공격적으로 에너지 투자에 나서고 있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5월 1일(현지 시간) 재생에너지 개발에 100억 달러(약 13조67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대체자산 투자사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10.5GW(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10.5GW는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시장인 미국 북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에서 소비하는 전력(3.5GW)의 3배 규모다. MS는 핵융합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를 조달할 창구도 마련했다. 지난해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와 계약을 체결하고 2028년부터 매년 최소 50MW(메가와트) 전력을 공급받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다른 빅테크도 재생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달 태양광 스타트업 엑소와트 펀딩에 2000만 달러(약 273억4800만 원)를 투입했다. MS보다 앞선 2021년 헬리온 에너지에 3억7500만 달러(약 5127억7500만 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2016년 태양광 기업 솔라시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현재 인도에 잉여 전력 저장장치인 ‘파워월’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지열발전 스타트업 페르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애플은 자체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30% 증가한 13.7GW로 늘렸다.
빅테크가 이처럼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생성형 AI와 그 시스템을 작동케 하는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서비스의 전력 소비량은 기존 인터넷 서비스의 10배다. 구글 검색엔 평균 0.3Wh(와트시) 전력이 들지만 챗GPT엔 2.9Wh가 드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 데이터센터, 암호화폐 분야의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이 2022년 460TWh(테라와트시)였으나 2026년 1000TWh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한 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AI, 에너지 선점 투자 중요”
이 가운데 미국 내 전력 공급은 고갈 신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주(州)에서 이미 전력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 CEO는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지금까진 칩 부족이 AI 개발의 제약 요인이 됐지만 앞으론 변압기 공급, 전력 확보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1~2년 안에 현 전력망이 AI 전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에너지 확보 여부가 빅테크 간 생성형 AI 개발 경쟁을 판가름 지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선 “AI 시대 에너지 패권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5월 6일(현지 시간) ‘2024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한 세계 3대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하비 슈워츠 CEO는 “향후 10~30년 동안 경제를 이끌 대형 패러다임은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에너지와 헬스케어 발전에 따른 장수, 그리고 AI로 대변되는 기술”이라며 “세 가지 테마는 서로 연계돼 있는데, 그중에서도 AI는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만큼 선점을 위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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