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촬영후 SNS로 “답 알려달라”
지인 신고로 다른 시험 보려다 덜미
일본 명문 와세다대 입시에서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 안경’을 쓰고 부정행위를 한 수험생 A 씨가 적발됐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15일 보도했다. 당국은 그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 씨는 올 2월 16일 치러진 와세다대 창조이공학부 본고사 도중 카메라 및 통신 기능이 있는 스마트 안경을 쓰고 화학 시험 문제지를 몰래 촬영했다. 이후 자신의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뒤 이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여러 지인들에게 보내 정답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건은 그의 지인 중 한 명이 시험 부정행위라는 걸 눈치채고 대학 당국에 알리면서 발각됐다. A 씨는 닷새 뒤인 같은 달 21일 다른 학부 시험을 보러 갔다가 안경에 초소형 카메라가 부착돼 있는 것을 확인한 대학 측에 적발됐다. 와세다대는 학부마다 본고사 일정이 다르고 각각 학부 전형에 복수로 응시할 수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원하는 대학에 낙방한 뒤 또 떨어질까 봐 부정행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행위로 치른 시험 점수는 합격권 밑이었다. 다만 결과와 상관없이 시험 자체가 무효 처리됐다.
부정행위에 쓰인 스마트 안경의 제조사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에는 몇만 원짜리 중국산 저가 제품도 있고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어려운 디자인으로도 나왔다. 2022년에는 한국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유사한 ‘공통 테스트’에서 스마트폰으로 문제를 촬영했다가 걸린 수험생도 있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대입이 수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요 국립대와 수도권 명문 사립대는 한국 못잖게 입시 열기가 뜨겁다. 명문대 진학의 발판인 사립 명문 중학교를 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에 뛰어드는 학생이 적지 않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