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한의 총격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된 로베르토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가 3시간이 넘는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현장에서 체포됐던 용의자는 슬로바키아 국적의 71세 작가인 것으로 드러났다.
로버트 칼리낙 슬로바키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15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피코 총리가 이날 저녁 3시간 30분에 걸친 수술을 받은 끝에 생명을 위협하는 고비는 넘긴 것 같다고 밝혔다.
피코 총리는 현지시각으로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슬로바키아 중부도시 한들로바에서 내각 회의를 마친 뒤 건물 밖으로 나서다 괴한이 쏜 총에 맞았다. 총리는 즉시 헬기에 실려 20㎞가량 떨어진 도시 반스카비스트리차 소재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용의자가 쏜 총알은 모두 5발인 것으로 파악됐다.
토마스 타라바 부총리는 BBC에 피코 총리는 “중상을 입었다”며 용의자가 쏜 한 발은 “복부에 다른 한 발은 관절에 맞았다”고 밝혔다.
총격 직후 용의자는 현장 경호원들에 의해 제압돼 구금됐다. 슬로바키아 언론들은 용의자가 남부 레비체 마을에 거주하는 71세 남성으로 슬로바키아 작가 협회 공식 회원이며 세 권의 시집을 집필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마투스 수타이 에스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용의자의 신상이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다고 확인해 줬다. 용의자의 아들은 슬로바키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합법적인 총기 소유자이며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에스토크 내무장관은 정치적인 이유에서 총리를 상대로 총격을 감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일부 집단이 다수의 뜻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소셜미디어상에서의 공격과 증오를 중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피코 총리 피격 소식에 각국 정상들은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끔찍한 폭력 행위”라며 “피코 총리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라고 비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정치인을 향한 폭력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직격했다.
유럽에서 각국 정상을 향한 암살 시도는 극히 드문 일로 암살 시도는 20년 만이다.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총리가 2003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마피아 조직에 의해 살해당한 게 마지막이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2002년 프랑스 혁명 기념일에 개선문에서 사열행사를 갖던 도중 괴한의 총격을 받았으나 총알이 빗나가면서 목숨을 건졌다.
친러 성향의 피코 총리는 2006∼2010년과 2012∼2018년 두 차례 슬로바키아 총리를 지냈고 지난해 10월 치러진 총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여론에 힘입어 다시 총리직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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