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북한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이 중-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가 북한의 불안정한 행동을 자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되레 한반도 긴장 고조를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같은 미국의 도발 탓으로 돌린 것이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관세 폭탄’ 등으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재를 겪고 있는 러시아의 정상은 이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국제사회에 밀착을 과시했다. 특히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미국에 맞설 안보협력체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냈다.
● 習 “오랜 친구”, 푸틴 “우리 협력은 견고”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내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중국 국빈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러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며 “중국은 언제나 러시아와 함께 좋은 이웃, 친구, 동반자가 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협력은 기회주의적이지 않고, 누군가를 해하지도 않는다”고 화답했다. 미국이 패권을 추구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단어 7000개 분량의 공동성명에서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바꾸려는 미국의 패권적 행위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략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언급하며 “남중국해의 안정 문제에 대한 역외 세력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 안보협력체에 맞서 새로운 안보협력체를 만들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새로운 안보 프레임 구축’에 대해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폐쇄적인 군사정치 동맹에 속하지 않는,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美주도 제재에 맞서 ‘경제 연대’ 강조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적 연대’에도 방점을 찍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자동차 생산 능력을 칭찬하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밀어내기’식 헐값 수출을 문제 삼아 14일 중국산 전기차 등에 100%에 이르는 ‘관세 폭탄’을 부과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날 회담에도 외교·안보수장뿐 아니라 경제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러시아에서는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경제 지원·제재 부총리과 러시아 금융시장을 통제하는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 등이 나왔고, 중국에서는 ‘경제 실세’로 불리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와 딩쉐상(丁薛祥) 상무부총리 등이 함께 했다.
두 정상은 또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 다자기구들이 정치화됐다”면서 “글로벌 경제 상황에 맞게 개혁해야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김이 큰 다자기구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비시장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외교무대에서 두 나라가 공조 강화를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7개월 만에 중국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현지 음식과 중국 전통주 등으로 극진하게 대접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만찬에는 베이징덕 오리구이, 전복 소스를 곁인 야채, 농어를 넣은 새우죽 등이 나왔다. 또 중국 전통주인 마오타이주가 곁들여졌다. 만찬장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악대는 러시아 군가 등도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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