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 대규모 소요 ‘비상사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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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 佛 투표권 확대에 반발
방화-폭력… 佛 헌병 등 4명 숨져

남태평양 프랑스령인 누벨칼레도니(영어명 뉴칼레도니아)에서 13일부터 4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치는 대규모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3일부터 현지에선 상점 약탈, 학교 등 공공건물 방화 등이 잇따랐으며 치안을 담당하는 프랑스 경찰 및 헌병과 주민들의 총격도 벌어졌다. 프랑스 당국은 “폭력 사태로 프랑스 헌병 1명과 카나크족 원주민 3명이 사망했다”며 “경찰과 헌병대 100명을 포함해 수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최근 프랑스 의회가 누벨칼레도니에 10년 이상 거주한 프랑스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카나크족이 “프랑스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하면서 폭력 사태로 번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프랑스 내각은 15일 누벨칼레도니에 최소 12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했다. 집회 및 이동을 제한하고, 가택 연금과 수색 권한을 강화하는 조치다. 누벨칼레도니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된 건 1985년 이후 처음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노르망디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긴급안보회의를 주재해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누벨칼레도니는 전기차 생산에 필수적인 니켈의 세계 3위 생산국이지만, 1853년 프랑스가 점령한 뒤로 원주민들은 높은 실업률과 빈곤에 시달려 왔다. 이에 카나크족은 1980년대부터 줄곧 독립을 요구해 왔다. 프랑스는 1998년 누메아 협정을 통해 자치권의 상당 부분을 이양했으나, 여전히 원주민 무장단체 등은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차례 실시된 독립 찬반 투표에선 모두 부결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누벨칼레도니는 프랑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근거지”라며 “광대한 영해와 니켈이 풍부한 누벨칼레도니가 독립할 경우 중국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갈 것을 우려해 왔다”고 전했다.

#프랑스령#누벨칼레도니#대규모 폭력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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