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30개 종목 주가를 반영하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장중 처음으로 4만 선을 터치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20년 만에 가장 높은 5%대를 1년 째 유지하고 있음에도 견조한 기업 실적과 투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해져 기록을 세운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전날 미국 물가지표가 시장 전망치보다 소폭 약세를 보이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시장은 개장 직후 다우지수를 4만 포인트까지 끌어 올렸다. 2020년 11월 팬데믹 증시 열풍이 불었던 당시 3만 포인트를 넘어선 지 3년 6개월 만이자 873거래일 만이다. 미국 경제가 포스트 팬데믹 불확실성 파고를 넘어섰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다만 장 후반에 차익 매매실현 등 매도 물량이 나오며 오전 상승분을 반납, 전장 대비 38.62포인트(-0.1%) 내린 39,869.38에 마감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전장보다 11.05포인트(-0.21%) 내린 5,297.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4.07포인트(-0.26%) 떨어진 16,698.32에 각각 장을 마쳤다.
종가기준 4만 포인트 돌파에는 실패했지만 대기업 중심이라 ‘몸이 무거운’ 다우지수가 비교적 빠른 시간안에 이정표를 돌파한 것은 미국 경제의 파워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우지수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30개 종목만 추적하는 지수다. 500개 기업을 포괄해 뉴욕증시 벤치마크로 불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와 더불어 뉴욕증시 3대 지수로 꼽힌다.
다우지수에 편입되는 것은 미국 기업의 대표가 됐다는 의미다. 애플이 다우지수에 편입된 것은 아이폰이 출시되고 8년이나 지난 2015년이었다. 반도체 업종 대표주로 인텔은 포함돼 있지만 최근 무섭게 성장한 엔비디아는 다우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상태다.
다우지수가 1만 선을 돌파한 것은 1993년 3월이다. 이후 2만 선을 넘은 2017년 12월까지 약 24년이 걸렸다. 하지만 두 배인 4만 선까지 7년, 3만에서 4만 포인트로 넘어서는데 3년 6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몸이 무거울 수록 성장률이 더뎌지는 규칙에서 벗어나 ‘가속 성장’을 한 셈이다.
특히 3만에서 4만으로 넘어가는 시기는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두 개의 전쟁 등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시기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2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때만해도 경기침체 전망이 더 높았고 다우 4만 돌파는 도달 불가능해 보이는 이정표였다”라고 평가했다.
4만 돌파까지 다우지수 산정 방식에서 가중치가 높은 골드만삭스가 가장 많은 포인트를 더했고, 3M이 가장 많이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둔화 지표가 나오고, 미 경제 위축이 심각하지 않다면 미 증시 랠리는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찰스 슈왑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리즈 앤 손더스는 WSJ에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강세장을 맞고 있다”며 “채권과 주식이 잘되는 경우는 많지만, 금까지 잘되기 어려운데 이 모든 것은 강세의 징후”라고 평가했다. 반면 현재의 고금리 상황에서 대형주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평가도 있다.
머서 어드바이저의 최고 투자 책임자 돈 칼카그니는 “미국 주식 시장 밸류에이션에 대해 어느 정도 계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금리가 얼마나 높은지 고려할 때 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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