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조울증을 앓던 한국인 남성 양모 씨(40)가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착용했던 보디캠 영상이 공개됐다.
17일(현지시간) LA 경찰국(LAPD)은 유튜브에 당시 상황이 담긴 911신고와 경찰 보디캠 영상 등을 올렸다.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일 오전 11시 10분경 정신질환을 앓는 양 씨가 병원 이송을 거부한다는 LA 정신건강국 측의 신고를 받고 양 씨 집 앞에 도착했다.
당시 LA 정신건강국 직원은 “(양 씨에게) 말을 걸었더니 매우 공격적으로 변했다. 저를 차려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양 씨에게 현관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양 씨는 문 안쪽에서 “당신들은 여기 못 들어온다. 나는 당신들을 초대하지 않았다”고 외치며 강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경찰은 양 씨 가족에게 그를 강제로 나오게 하려면 물리력을 동원해 체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 가족에게서 열쇠를 넘겨받은 경찰은 현관문을 강제 개방했다.
양 씨는 경찰관들이 들어오자 눈을 크게 뜨며 놀라고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는 왼손에 부엌칼을 든 상태로 뒤로 물러섰다가 서너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경찰은 양 씨를 맞닥뜨린 지 약 8초 만에 “그것을 내려놓아라”고 외치며 현관문 앞에서 3차례 총격을 가했다.
양 씨는 첫 번째 총격에 곧바로 쓰러진 뒤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경찰 확인 결과 양 씨는 가슴에 2발, 복부에 1발 총상을 입었다. 경찰관들은 축 늘어진 양 씨 몸을 젖혀 옆으로 눕히고 두 팔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운 뒤 양 씨 부상 상태를 확인했다. 응급조치를 취하는 모습은 영상에 보이지 않았다.
양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양 씨 유족은 정신질환을 앓아온 양 씨가 당일 힘들어하자 LA 정신건강국에 치료시설로 이송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경찰이 과잉 대응해 양 씨를 살해했다며 진상 규명과 해당 경찰관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당시 그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구급차가 현장에 오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 씨 형제는 미 CBS 방송에 “경찰이 의료 관계자의 도움 없이 양 씨와 대치하다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회 측은 성명서를 내고 “치료를 위해 도움을 요청한 상황임을 인지했음에도 경찰이 총격으로 피해자를 숨지게 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LAPD 측은 “수사관들은 현장에서 11인치(28㎝) 부엌칼을 회수해 증거물로 보관했으며, 현장에서 약물(narcotics)을 회수해 증거물로 조사했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이 사건을 계속 조사하고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APD에 따르면 수사 결론이 나올 때까지 최장 1년이 걸릴 수 있다.
경찰의 자체 조사가 끝나면 민간 조직인 경찰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해당 경찰관의 무력 사용이 정당했는지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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