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집권당 입법, 대통령이 거부권
친서방 vs 친러파 갈등 장기화
나토 가입 놓고 ‘제2 우크라’ 우려
옛 소련에 속했던 조지아(옛 그루지야)가 친러시아 성향 집권당 ‘조지아의 꿈’이 추진하는 언론·비정부기구(NGO) 통제 법안을 놓고 내홍에 빠졌다. 무소속인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법안 강행을 잠시 저지했지만 내각책임제 국가여서 실권은 집권당 대표가 쥐고 있다. 조지아는 2003년 ‘장미혁명’을 통해 친러 정권을 몰아내기도 했지만 최근 러시아의 입김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나흘 전 의회를 통과한 이른바 ‘외국 대리인 법안’을 두고 “헌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본질적으로 러시아적이라 고치거나 개선해 쓸 수 없다”면서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조지아의 꿈’이 의회 150명 중 90석을 보유해 과반을 차지한 의회는 앞서 14일 예산의 20% 이상을 외국에서 지원받는 언론, NGO 등은 반드시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으로 등록하고, 자금 내역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2012년 제정된 러시아의 법을 고스란히 모방했다. 외국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언론, NGO, 반정부 활동가를 등록하게 한 뒤 각종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한 탓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반대파를 탄압하는 용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친러 노선의 이라클리 코바히제 총리 겸 ‘조지아의 꿈’ 대표는 의회 권력을 앞세워 법안을 재의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의 1차 거부 후 의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법안은 다시 대통령에게 간다. 대통령이 2차로 거부하면 다수당이 뽑는 국회의장이 최종 서명권을 갖는다. 사실상 통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제1야당 ‘국가운동연합’ 등 야권은 최근 헌법에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을 명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친서방파와 친러파 간 분열이 장기화하면 조지아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역시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줄곧 친서방파와 친러파의 갈등을 겪었다. 특히 친서방파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자 푸틴 대통령이 “나토 동진(東進)을 반대한다”며 2022년 2월 침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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