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강경파’ 라이시의 공백, 살얼음판 중동 정세 파장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0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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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에 따른 사망은 미국과 이란이 최근 중동 긴장 완화를 위해 물밑 접촉에 나서는 민감한 시점에 발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강경 노선을 진두지휘해온 라이시 대통령의 부재가 7개월 넘게 이어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어떤 여파를 불러올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7일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 고문과 아브람 페일리 이란 특사는 14일 중재국인 오만에서 회담을 나눴다.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직접 얼굴을 맞대지는 않았지만 오만 당국자가 양측을 오가며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회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담은 이스라엘이 지난달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자 이란이 같은 달 13일 미사일과 자폭 드론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사상 처음으로 공격하며 중동 지역 위기감이 고조된 지 한 달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라이시 대통령은 2021년 8월 취임한 뒤 역내 라이벌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교를 재개하는 등 이슬람권 국가들과 화해를 모색했지만 미국 및 이스라엘과에 대해선 적대 국면을 강화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는 이라크, 레바논, 예멘 등 중동 각국의 시아파 정권과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무장단체를 물밑에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특히 이란의 사상 첫 이스라엘 본토 공격을 주도하는 등 이스라엘에 관한 각종 초강경 정책을 이끌었다. 앞서 이스라엘이 같은 달 1일 시리아 다마스커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자 이스라엘 본토에 무인기(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가해 보복했다. 6일 후 이스라엘 또한 이란 군사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하는 등 양측의 긴장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중동전쟁 발발 후 수 차례 “이스라엘을 벌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하마스를 두둔했다. 지난달 스리랑카 방문 중 성명에서는 “이스라엘 정권이 75년간 팔레스타인인들을 탄압하고 영토를 강탈해왔다”며 “찬탈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그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후 라이시 대통령을 ‘순교자’로 칭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모범적 지도자였다”고 애도했다.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하마스에 대한 지원의 의미로 홍해에서 서구 민간 선박 공격을 주도한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는 모두 이란으로부터 자금과 무기를 지원받고 있다. AP통신은 “중동 각지에서 친이란 무장단체가 활개치고 있다”며 그의 사망이 중동전쟁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논평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헬기 추락#중동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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