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포위작전’ 3일 만에…日, 섬 전투 훈련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6일 16시 50분


[르포] 일본 최대 실탄 훈련 ‘후지종합화력연습’ 현장을 가다

26일 일본 시즈오카현 육상자위대 훈련장에서 실시된 일본 최대 실탄 훈련 ‘후지종합화력연습’에서 포가 떨어진 훈련장 뒤쪽에서 불길이 솟아 오르고 있다. 고텐바=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6일 일본 시즈오카현 육상자위대 훈련장에서 실시된 일본 최대 실탄 훈련 ‘후지종합화력연습’에서 포가 떨어진 훈련장 뒤쪽에서 불길이 솟아 오르고 있다. 고텐바=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우리의 전투부대가 적을 제압하는 모습입니다. 사격 실시.”

26일 오전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 후지산 아래 자리한 여의도 면적 10배 크기(8809ha)의 육상자위대 훈련장에서 일본 최대규모의 실탄 사용 훈련 ‘후지종합화력연습’이 열렸다. 훈련장이 꺼질 듯 연달아 울리는 대포 포성에 자위대원과 관람객들은 깜짝 놀라면서 탄성을 지었다.

자위대가 매년 개최하는 훈련으로 일본의 섬 지역을 침공한 적을 물리치는 상황을 가정해 실시했다. 연례행사이지만 올해는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총통 취임 후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훈련에 나선 지 사흘 만에 ‘섬 침공’을 상정한 대규모 훈련이라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해양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2027년까지 방위비를 2배로 늘리는 일본이 무력시위에 나서며 위력을 과시했다.

26일 일본 자위대 훈련 ‘후지종합화력연습’에서 자위대원들이 로프를 타고 수송기에서 지상에 착륙하고 있다.  고텐바=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6일 일본 자위대 훈련 ‘후지종합화력연습’에서 자위대원들이 로프를 타고 수송기에서 지상에 착륙하고 있다.  고텐바=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자위대는 “정찰로 확보한 정보에 근거해 주요 목표에 대한 사전 제압 사격을 실시한다”며 적의 무인기를 향해 곡사포를 발사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유지해 온 전수방위(専守防衛·공격받았을 때만 최소한으로 자위력 행사) 원칙을 버린 일본이 사실상의 선제공격에 나서는 모습을 훈련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헬리콥터를 상공에 띄워 적의 전차를 향해 사격하는 모습, 적에 대해 전차포가 불을 뿜으며 포를 발사하는 모습 등이 공개됐다. 주력 설비인 10식 전차를 비롯해 기동전투차, 중거리 다목적 유도탄, 박격포, 소총 등 화력을 뽐내는 다양한 무기들이 동원됐다. 자위대 측은 무인기 및 기동 전투차 연계 작전 등 현대전에 대응한 전투에 대비한 훈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26일 후지종합화력연습에 등장한 전차. 고텐바=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6일 후지종합화력연습에 등장한 전차. 고텐바=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올해로 66회째를 맞는 이번 훈련에서는 무려 68톤의 실탄 사용했다. 5년 전인 2019년 훈련 때 썼던 실탄량(35톤)의 2배 가까운 대규모로 실탄 비용만 8억4000만 엔(약 73억 원)에 달했다.

우경화 색채가 강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때인 2010년대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를 하며 여론몰이 용도로도 사용했다. 코로나19로 2020년부터 일반인 공개를 중단했고, 지난해까지 실시한 온라인 생중계도 편집본 녹화물 공개로 대체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훈련 내내 ‘쾅’하는 폭발음이 땅을 흔들 정도로 크게 울려 퍼졌다. 후지산 산자락에는 뿌옇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내 “탄착(명중)”이라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26일 후지종합화력연습에서 적을 향해 헬리콥터 사격이 실시되고 있다. 고텐바=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6일 후지종합화력연습에서 적을 향해 헬리콥터 사격이 실시되고 있다. 고텐바=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왼쪽 2km 지점과 산 가운데를 점령하고 있는 적을 조준하겠습니다. 집중 사격을 실시합니다.” 81mm 박격포, 120mm 박격포, FH-70(155mm 견인 곡사포) 등 다양한 화기가 안내 방송에 맞춰 불을 뿜어냈다. 이어 자위대 헬리콥터 UH-2가 저고도 비행으로 투입됐다. 현장감을 느끼기 위해 웨어러블 카메라를 착용하는 자위대원도 있었다.

올해 후지종합화력연습에서는 이례적으로 야간 훈련을 진행됐다. 날아가는 궤적이 보이도록 빛이 나는 예광탄(曳光彈)과 밤하늘을 비추는 조명탄 등이 동원됐다.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운 야간에 조명탄을 발사한 뒤 대포, 총 등을 쏘는 사격이 실시됐다.

26일 후지종합화력연습에서 목표물을 향해 전차에서 포가 발사되고 있다. 고텐바=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6일 후지종합화력연습에서 목표물을 향해 전차에서 포가 발사되고 있다. 고텐바=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아베 정권 시절에는 일반인 참가표 응모에 최대 2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치열했다. 하지만 자위대는 “훈련 본연의 목적인 자위관 교육을 중시하기 위해 일반 공개는 실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방위예산 확대, 적 기지 공격 능력 선언 등 일본 정부가 훈련 공개를 통해 노렸던 목표를 달성한 만큼 여론 관리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대만 압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계적 군사 위협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일본이 섣불리 무력 시위를 뽐냈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일본 방위상(가운데 모자쓴 이)이 26일 후지종합화력연습 시찰 후 훈련장에서 나가고 있다. 고텐바=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자위대원과 자위대 지망 희망자 및 보호자 등이 26일 후지종합화력연습 훈련장 객석을 메우고 있다. 2019년까지 일반인에게 공개됐지만 최근에는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 고텐바=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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