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점령한 영토 인정해야 종전”… 우크라 “영토 완전 수복해야” 입장
러, 토요일 오후 대형상점 공습에… 젤렌스키 “민간 표적 명백한 테러”
나토 총장 “러 본토 때리게 해줘야”
러시아가 25일 우크라이나 제2대 도시인 북동부 하르키우의 대형 상점을 공격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민간인이 밀집한 주택가 상점을 공격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땅으로 인정하면 전쟁을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20%에 해당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줄곧 “영토 완전 수복”을 외친 우크라이나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이에 러시아군이 이달 초부터 하르키우를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은 종전(終戰) 방식을 둘러싼 우크라이나 사회 및 서방의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음 달 15, 16일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리는 서방 주도의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방해하려는 목적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 러, 이달 초부터 하르키우 집중 공격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5일 오후 4시경 가정용품, 건축자재 등을 판매하는 하르키우의 대형 상점 ‘에피센트르’를 공습했다. 고객으로 붐비던 토요일에 민간인 밀집 지역을 유도폭탄 등으로 타격하자 순식간에 최소 14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실종자도 16명에 달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공습 후 상점 일대가 화염으로 휩싸이고 연기가 일대를 가득 덮은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속속 올라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매장 안에 200명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명백한 테러이자 러시아의 광기”라고 규탄했다. 러시아는 23일에도 하르키우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 최소 7명이 죽고 21명이 다쳤다. 특히 유명 출판사 ‘비바트’에서는 공장 건물은 물론이고 약 5만 권의 책도 불탔다.
26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24일 비바트 공장을 방문한 영상을 공개했다. 카키색 반팔 셔츠 차림의 그는 폐허로 변한 공장 터에서 “러시아가 생명을 불태우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인구 약 130만 명의 하르키우는 수도 키이우에 이은 제2대 도시로, 러시아 국경과 불과 약 30km 거리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점령했지만 같은 해 우크라이나가 수복했다. 러시아군은 이달 초부터 다시 하르키우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제2대 도시라는 특성상 기존에 점령한 헤르손, 자포리자 등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상징성을 지녔다는 점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 나토 총장 “우크라, 러 본토 공격 가능해야”
푸틴 대통령은 24일 기자회견에서 “평화협상은 현 상황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며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협상에서 합법적인 정부를 상대할 것”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도 겨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을 이유로 당초 올 3월까지 치러져야 했던 대선을 연기한 점을 비판한 것이다.
CNN은 푸틴 대통령의 ‘평화협상에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라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하고, 이 경우 종전협상 국면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를 대비해 “러시아가 점령 영토만 인정해주면 더 이상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취지다.
이런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쓰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24일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원칙은 우크라이나의 방어권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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