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 속에 27일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가까운 이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한일 양국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한미일 3각 협력의 균열을 노리고 ‘약한 고리’로 꼽히는 한국에 구애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27일자에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의 전날 회담 내용을 사진과 함께 1면에 실었다. 2면에 보도한 리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회담에 비해 한중 지도자의 만남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한국과의 협력에 대한 중요성과 그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관영 매체들도 3국 정상회의와 관련해 미국에 대한 견제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미국이 배타적인 ‘작은 서클’에 한국과 일본을 묶어두며 ‘중국-러시아-북한’ 대 ‘한국-미국-일본’의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면서 “이번 회의가 한일 양국이 합리적인 대중 정책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도 전문가를 인용해 “한중일은 블록 대결을 선택할 것인지, 운명공동체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전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으로서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불편하게 지켜보면서도 한미일 협력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존스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는 워싱턴포스트(WP)에 “한일 양국에서 중국 행동 및 의도에 대한 우려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이라는 더 큰 맥락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성과가 있다면 경제나 비(非)안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번 회담이 누구의 안보 셈법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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