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축구장 4개면적 흙더미 덮쳐
부족 갈등 심한 지역… 구조에 난항
“일부 부족 중장비 반입도 막아서”
남태평양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 24일 새벽에 발생한 산사태로 적어도 2000명이 땅에 파묻혀 생존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망자도 670명에 이르며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27일 “파푸아뉴기니 북부 산악지대인 엥가주(州)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벌어졌다”며 “발생 4일째인 현재 최소 67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재민도 125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파푸아뉴기니 당국은 수도 포트모르즈비에 있는 유엔 사무소에 “아직 2000명이 더 매몰돼 있다”며 “산사태로 도로가 막혀 생필품이나 구조물품 수송도 힘들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새벽 원인을 알 수 없는 산사태가 일어나 축구장 4개 면적의 흙더미가 산속 마을 6개를 덮쳤다. 해당 마을엔 4000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었으며, 잠이 든 새벽 시간이라 피해가 더 커졌다.
문제는 사고 지점이 파푸아뉴기니에서 부족 갈등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나라는 점이다. 열대우림 산악지대다 보니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거의 닿지 않는 데다, 시킨과 카에킨 등 17개 부족들은 서로 언어도 달라 오랫동안 갈등이 이어졌다. 최근엔 현대식 무기가 대거 유입되며 유혈사태가 더욱 빈번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산사태 직후인 25일에도 부족 간 충돌로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러다 보니 대형 재난이 벌어졌는데도 부족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구조 작업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부족은 구조를 위한 중장비 반입도 막아서고 있다고 한다. 구조대 역시 접근이 어려워 일부 주민들은 삽과 나무조각 등으로 매몰 현장을 파헤치고 있다. IOM은 “27일 기준 수습한 시신이 6구에 불과할 정도”라고 전했다.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자 미국과 호주 등 국제사회에선 속속 구호대 파견 등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세르한 악토프락 파푸아뉴기니 IOM 대표는 “여전히 사고 현장은 낙석 위험이 큰 데다 추가 산사태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일부 부족들이 혼란을 틈타 구조대를 공격할 수도 있어 치안마저 위태롭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