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리스크에 ‘獨佛’장군 없다… 마크롱, 24년만에 獨 국빈 방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8일 03시 00분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앞두고… 獨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초청 받아
주요 현안마다 기싸움하는 ‘앙숙’
우크라 파병 등 팽팽한 이견 속
트럼프 리스크-中 저가공세에 연대

獨佛정상,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 교환 2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상대국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교환하고 있다. 24년 만에 
성사된 국빈 방문에서 두 대통령은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는 유럽에 없어선 안 되는 중요한 요소”라며 양국의 연대를 강조했다. 
베를린=AP 뉴시스
獨佛정상,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 교환 2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상대국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교환하고 있다. 24년 만에 성사된 국빈 방문에서 두 대통령은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는 유럽에 없어선 안 되는 중요한 요소”라며 양국의 연대를 강조했다. 베를린=AP 뉴시스
“올해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하나가 되면 잘 이겨낼 수 있다.”(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양국 관계는 늙지도 젊지도 않고, 유럽을 위해 살아 있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독일이 24년 만에 프랑스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한 26일, 두 정상은 독일 대통령 관저가 있는 베를린 벨뷔 궁 앞에 함께 서서 양국의 연대를 강조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패전으로 이끈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6월 6일)을 열흘 앞두고 당시 공격을 가한 연합국 중 한 곳인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이했다.

역사적으로 앙숙이었던 독일과 프랑스는 제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서로 원한이 층층이 쌓였고, 현재는 유럽 최대 라이벌로 주요 현안마다 정상 간 기싸움을 벌이는 관계다. 그럼에도 11월 미국 대선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위협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과 유럽의회 선거(6월 6∼9일)를 앞두고 극우 세력의 약진 조짐에 연대를 과시한 것이다.

● 마크롱, 연합군 폭격받은 성당서 연설

프랑스 대통령이 국빈 방문으로 독일을 찾은 것은 2000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초 지난해 7월 독일 국빈 방문을 계획했지만 프랑스에서 알제리계 청년 사망 사건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며 취소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흘간의 방문 일정 중 첫날 독일 헌법(기본법) 제정 75주년 기념 행사에 초대를 받았다. 2차대전의 패배 경험과 반성을 바탕으로 1949년 만든 헌법의 의미를 기리는 행사다. 독일이 자신의 과오를 드러내는 자리에 프랑스 원수를 불러 각별한 우정을 드러내려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 28일에는 동독 드레스덴과 서독 뮌스터를 각각 방문한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이 연설하는 드레스덴의 프라우엔 교회는 1945년 연합군 폭격으로 잿더미가 됐다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뒤 재건된 곳이라 의미가 깊다. 마크롱 대통령과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의 실권자 올라프 숄츠 총리 간 정상회담도 예정됐다.

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에 대해 “양국 간 우정의 깊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와 독일 관계는 유럽에 없어선 안 되는 중요한 요소”라며 “지난 수십 년간 양국 문제에 관한 말이 많았지만 우리는 함께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 갈등 뒤로하고 美-中 위협에 공동 전선

유럽연합(EU)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프랑스와 독일은 갈등의 순간이 많았다. 젊으면서 돌출적인 마크롱 대통령과 노숙하면서도 신중한 숄츠 총리가 너무도 다른 리더십으로 삐걱거린다는 얘기가 나왔다.

대표적으로 숄츠 총리는 미국 중심의 안보 체제를 여전히 우선시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방위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고 있는데 숄츠 총리는 이에 “독일은 그럴 계획이 없다”며 냉랭하게 대응했다.

어색한 관계 속에서도 양국이 우정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대외적으로 위협 요인이 산재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국가는 올해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유럽 공동안보 체제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대책을 고심 중이다. 중국의 과잉 생산과 밀어내기식 수출에도 대응하기 위해 연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 싱크탱크의 유럽 담당 전무이사인 무즈타바 라흐만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양국 관계는 아직 어색하고 적대적”이라면서도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적 시도”라고 평했다. 파리 소르본대의 독일 역사 전문가인 엘렌 미아르들라크루아 교수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양국은 서로 의견이 다르지만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리스크#마크롱#프랑스#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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