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막아라’… 캘리포니아에 세계 최대 야생 동물 교차로 생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8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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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앨젤레스 인근 10차선 도로에 야생동물이 지나다닐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횡단 통로가 생긴다.

27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01번 고속도로에 진행되고 있는 ‘윌리스 아넨버그 야생동물 횡단 통로’ 프로젝트를 조명했다. 이 횡단 통로는 지난달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6년 초 개장될 예정이다.

‘미국 최악의 출퇴근길’로 악명 높은 101번 고속도로는 매일 약 30만대 이상의 차량이 통행하는 길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산타모니카 산맥과 또다른 산맥인 시미 힐스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어, 많은 야생동물이 길을 건너다 로드킬을 당해 문제가 됐다.

이번 생태통로 착공의 계기가 된 것 역시 산타 모니카 산맥에서 101번 도로를 건너 LA 도심 공원에 정착한 ‘P-22’라는 이름의 퓨마였다. 미국 국립 공원 관리청이 22번째로 추적 연구한 퓨마인 P-22는 2012년 헐리우드 인근 그리피스 공원에서 처음 발견됐다. P-22는 ‘할리우드 캣’, ‘셀럽의 땅의 셀럽’ 등의 별명으로 불리며 LA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동시에 고속도로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못하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사연에도 관심이 모였다. 수컷 퓨마는 평균 240㎢ 영역에서 생활하지만 P-22는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23㎢ 면적의 공원에서 짝없이 홀로 살아야 했다. 서식지로 다시 돌아가려면 101번 도로를 다시 건너야 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교통부는 2022년부터 폭 50미터, 길이 64미터의 대형 건널목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같은 헐리우드 스타 등 약 5000명의 후원자들이 이 프로젝트에 몰려들었다. 퓨마 등 야생동물들이 해당 통로가 인공물이라는 것을 인지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경 건축가들이 투입돼, 인근 토양에서 각종 씨앗과 곰팡이 등을 수집했다. 야생 동물이 자동차 소음에 놀라지 않도록 식물 방음벽도 함께 시공된다. 이 통로를 위한 건설 비용만 1억 달러(약 1352억)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기금 모금자이자 대변인인 베스 프랫은 “이 곳은 세계에서 가장 희망적인 건설 현장”이라며 “전 세계 동물들이 서식지 손실로 위협을 받고 있다면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최근 성명을 통해 “미래 세대가 캘리포니아의 비교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 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연결하고 복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P-22는 2022년 12월 교통사고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어 안락사에 처해졌는데, 당시 사진작가 스티브 윈터는 WP에 “P-22는 일종의 기적”이라며 “P-22는 LA사람들이 도시의 야생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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