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파랑새 운동’ 10만명 거리로…‘총통 권한 축소’에 반발

  • 뉴시스
  • 입력 2024년 5월 29일 11시 21분


코멘트

여소야대 구도 속 법안 103명 중 58명 찬성으로 통과
입법원 수사 권한 확대…총통 의회 출석 '정기화' 포함
행정원·총통 거부할 수도…총통 취임 8일만 가시밭길

ⓒ뉴시스
여소야대 구도인 대만 입법원(의회)이 28일 의회의 권한을 확대한 반면 총통의 권한을 축소한 쟁점 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10만명이 입법에 반대하는 시위, 이른바 ‘파랑새 운동’을 벌이면서 정치 혼란이 가중됐다.

28일 대만 중앙통신은 입법원이 이날 오후 3독(최종심의)에서 의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회개혁법 이른바 ‘국회직권수정법(國會職權修法)‘을 가결시켰다고 보도했다. 103명의 입법위원(의원) 중 58명이 찬성표를 던져 과반으로 통과된 것이다.

대만 여야는 지난 17일, 21일, 24일, 28일 4차례 해당 법안을 논의 및 표결했고, 첫 3차례는 치열한 철야토론까지 벌였다.

아울러 이 법안이 통과된 것은 라이칭더 총통이 취임한 지 8일 만으로, 라이칭더 정부는 시작부터 가시밭길이 예고된 상황이다.

친중 성향의 제1야당 국민당과 중도성향의 제2야당인 민중당이 이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

이 법안은 국방비를 포함한 예산안에 대한 강화된 통제권을 입법원에 부여하고, 총통이 정기적으로 의회에 출석해 국정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입법원의 수사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는데 총통과 기업, 심지어 일반인까지 소환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기밀문서에 대한 접근권까지 입법원에 부여하도록 했다.

이밖에 입법원의 조사를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최대 10만 대만달러(약 420만원), 허위진술한 사람에게는 최대 20만 대만달러(약 850만원)의 벌금을 물게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여당 민진당은 입법부의 감독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가안보도 위태로워진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한 해당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불명확한 문구 등 문제점이 있고 졸속처리도 부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총통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 결과적으로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여당 의원은 쓰레기 봉투와 종이비행기를 던졌고, 의회 밖에서는 주최측 추산 10만명이 입법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번 반 입법 시위가 2014년 ‘해바라기 학생운동’ 이후 대만 최대 규모의 시위라는 평가도 나온다.

해바라기 학생운동은 학생과 활동가들이 2014년 3월18일부터 4월10일까지 입법원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시위를 의미한다. 당시 시위대는 중국과 대만이 졸속 처리한 양안 서비스무역협정에 반대하며 입법원을 기습 점거했고, 3월30일 약 10만명의 시위대가 학생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협정은 무산된 바 있다.

야권은 이번 항의 시위를 ’파랑새 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위 장소는 입법원 건물 주변의 칭다오둥루(靑島東路)로 인데 칭다오둥루(靑島)는 칭뇨(靑鳥·청조)와 비슷하고, 청조(파랑새)는 신화에서 행복을 상징하고, 가정을 지키는 메시지도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법이 발효될지는 불분명하다. 대만 현행법에 따르면 행정원(내각)은 입법원에서 통과한 법안을 거부하거나 총통(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고, 총통은 10일 이내에 법안을 공표해야 한다. 다만 행정원이나 총통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법으로 제정되지 않는다.

법안 통과이후 대만 총통부는 “사회의 중요한 우려와 논쟁 속에 입법원이 해당 법안을 통과한 것은 대만 사회의 기대하는 바가 아니다”면서 “여야가 대화 기조를 유지하고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