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전 야당 의원부터 학생까지 민주화 인사 47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했던 이른바 ‘홍콩 47 사건’ 연루자 14명에게 무더기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유죄를 받은 이들은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홍콩 법원은 30일 국가 전복 혐의로 2021년 기소됐던 민주화 인사 47명 가운데 14명에 대한 최종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기소 과정에서 이미 유죄를 인정한 31명을 뺀 16명에 대해서만 이뤄졌으며, 나머지 2명은 무죄가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이들이 체포된 지 3년 4개월여 만에 내려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들이 의회를 장악하고 예산안 등을 거부했다면 국정 운영에 심각한 방해를 받았을 것”이라며 “폭력적 행위가 아니라도 국가 전복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콩 47 사건은 2020년 7월 치러진 야권 의원 단일화 예비선거에 나섰던 민주화 인사 47명을 대거 체포한 사건이다. 학생 운동가 조슈아 웡, 베니 타이 전 홍콩대 교수 등 홍콩의 유명 민주파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던 범민주진영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세력을 결집시켜, 2개월 뒤에 치러지는 입법회(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고 했다. 비공식 선거였지만 홍콩 시민 60만 명 이상이 호응하며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그해 입법회 선거를 갑자기 연기해 버렸다. 그 뒤 이듬해 1월 이들 민주화 인사를 포함한 야권 관계자들을 대거 체포했다. 당시 홍콩 검찰은 “의회를 장악해 국가를 전복시키려고 했다”며 47명을 기소했다. 이들엔 예비선거를 주도한 타이 전 교수와 대표적인 청년 운동가 조슈아 웡 등도 포함됐다.
민주화 인사들이 구금돼 조사를 받는 동안, 홍콩 정부는 2021년 9월 ‘애국자(친중 인사)’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꿨다. 약 3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에 치러진 입법회 선거에서 결국 친중파가 의회를 독차지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적 정치 과정이나 법치 등을 모두 완전히 무시한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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