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이 형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 평결이 선거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30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을 맡은 배심원단은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34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고 평결했다. 선고 기일은 오는 7월 11일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형사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은 미국 역사상 첫 대통령이 됐다. 그는 평결 이후 법원 앞에서 “부패한 판사에 의해 조작된 재판”이라며 “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상 전례 없는 상황인 만큼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평결이 대선에 미칠 영향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우선 여론조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미국 공영 매체인 NPR과 PBS 뉴스아워, 마리스트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이 판결로 자신이 누구를 지지하는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시간 대학 로스 경영대학원의 에릭 고든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범죄 유죄 평결이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미국 정치는 강한 당파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러한 당파성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이 미칠 영향도 매우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고든 교수는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쪽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트럼프에 대해 마음을 정했다”며 “트럼프에게 흠집을 낼 수 있는 것은 트럼프가 고양이를 발로 차는 장면을 틱톡에 올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부정적인 뉴스에 특별히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그린빌대학교 정치학과의 니콜라스 히긴스 교수도 “유권자 중 약 1%가 트럼프 쪽에서 제3당 후보로 옮겨가거나 아예 투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평결이 바이든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AFP에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평결이 가져올 파장을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고 선거판에 돌풍을 일으킬 여지도 있다. 11월 대선은 6~7개의 경합주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경합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약간 앞서고 있다.
미국 빙햄턴대학의 정치분석가이자 역사 교수 도널드 니먼은 AFP에 “경합주에서는 선거가 수천 표에 의해 결정된다”며 “유죄 평결은 분명히 트럼프를 할퀼 것”이라고 전했다.
니콜라스 크릴 조지아대 교수도 “이번 평결은 트럼프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선거가 매우 팽팽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두 후보를 평가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11월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BBC 역시 “트럼프의 지지율이 조금만 떨어지더라도 경쟁에 충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이번 평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기회가 될 공산도 크다.
공화당 주요 기부자들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한 기부금을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NPR/PBS뉴스아워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을 시 오히려 그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공화당 지지자는 25%에 달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2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는다면 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을 내놨다.
버몬트대의 재러드 카터 교수는 “유죄 평결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지만,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경합주에서 온건한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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