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당층 49% “트럼프 사퇴해야”… 공화 지지층도 10% 이탈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3일 03시 00분


유죄 평결후 지지율 하락 조짐
“감옥 보내라” “판결 뒤집힐 것”
트럼프타워 앞 환호-욕설 혼란
트럼프캠프 하루만에 730억원 모금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앞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을 놓고 찬성과 반대를 나타내려는 시민 수백 
명이 몰려나오며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들 사이 ‘2024년 대선, 트럼프가 아니면 죽음을(Trump or Death)’이라는 
깃발과 ‘트럼프를 감옥에 가둬라(Lock him up)’란 깃발 등이 뒤섞여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앞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을 놓고 찬성과 반대를 나타내려는 시민 수백 명이 몰려나오며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들 사이 ‘2024년 대선, 트럼프가 아니면 죽음을(Trump or Death)’이라는 깃발과 ‘트럼프를 감옥에 가둬라(Lock him up)’란 깃발 등이 뒤섞여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지난달 31일 오전 11시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에서 거주하는 맨해튼 ‘트럼프타워’ 주변은 혼란이 극심했다. 전날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34개 혐의에 모두 유죄 평결을 받으며 미 최초의 중범죄 처벌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자 대선 후보가 된 트럼프가 공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힌 뒤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몰려든 탓이었다. 건물 위로는 방송 헬기가 시끄럽게 떠다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주변 상황을 취재하러 헬기까지 동원된 것이다.

현장은 경찰의 삼엄한 경계에도 곳곳에서 고성이 오가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방송 취재진을 향해 “편향된 언론”이라며 욕설을 퍼붓는 이들도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평결을 두고 환호와 야유가 쉴 새 없이 뒤섞이는 모습은 ‘사상 최초’ 기록 릴레이를 쓰고 있는 미 대선의 ‘카오스’(혼돈)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트럼프를 감옥에 가둬라(Lock him up)’라고 쓴 팻말을 들고 나온 로버트 존스 씨는 유죄 평결에 크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그는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며 “뉴요커들이 제대로 평결을 내렸다. 트럼프는 범죄자이고, 이는 11월 대선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학원 진학을 앞둔 23세 제러미 씨는 “항소법원이든 대법원이든 이번 판결이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20대 남성들은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젊은 세대”라며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조 바이든에서) 트럼프로 돌아섰다”고 했다. “올해 대학 졸업생들은 취업도 안 되고 학자금 갚느라 고생인데…”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타워 안 로비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바이든이 선거에서 이기질 못하니 법원에서 이기려고 한다”며 “(이번 재판은) 사기이자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달러 소액 기부자들이 뜻을 모아 미 역사상 최고의 액수를 기부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실제로 트럼프 캠프에 따르면 유죄 평결 뒤 24시간 동안 5280만 달러(약 730억 원)의 후원금이 몰려 들었다. 캠프 측은 “기존 기록보다 2, 3배가량 많은 금액”이라며 “후원자의 30%가량은 새로운 소액 기부자들”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라고 했지만 질문은 받지 않았다.

반(反)트럼프 시위대도 현장으로 나왔다. 거리에는 ‘유죄’, ‘주의(Caution): 이 건물에 중범죄자 있음’ 등의 팻말을 든 이들이 넘쳐났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혼탁한 정치 상황 자체를 우려하기도 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왔다는 관광객 애비 씨는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대선 후보 중 한 명이 범죄자라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게양된 성조기… 美 보수 헤리티지재단 ‘트럼프 유죄’ 반발 미국 워싱턴에 있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건물에 성조기가 거꾸로 뒤집힌 채 게양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2020년 대선에서 ‘부정 탓에 다 이긴 
선거가 뒤집혔다’고 주장하며 ‘뒤집힌 성조기’ 운동을 벌여 왔다. 워싱턴=AP 뉴시스
거꾸로 게양된 성조기… 美 보수 헤리티지재단 ‘트럼프 유죄’ 반발 미국 워싱턴에 있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건물에 성조기가 거꾸로 뒤집힌 채 게양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2020년 대선에서 ‘부정 탓에 다 이긴 선거가 뒤집혔다’고 주장하며 ‘뒤집힌 성조기’ 운동을 벌여 왔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유죄 평결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무당층과 공화당 지지자 일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릴 가능성이 엿보였다. 지난달 31일 모닝컨설트 조사에 따르면 지지 정당이 없는 응답자의 49%, 공화당 지지자의 15%가 “트럼프가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30, 31일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선 공화당 지지자의 약 10%가 “트럼프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응답했다.

#트럼프#형사재판#유죄 평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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