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가족이 소셜미디어(SNS)에 2000만 원짜리 호화 크루즈 여행을 자랑했다가 여행을 하루 앞두고 승선이 취소됐다.
1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켄터키주에 거주하는 티파니 뱅크스는 1년 동안 계획했던 크루즈 여행이 출항 이틀 전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간호사인 뱅크스는 부부와 4명의 아이들이 함께 묵기 위해 ‘카니발 크루즈 라인’에서 가장 큰 객실인 ‘엑셀 프레지덴셜 스위트’를 1만 5000달러(약 2060만 원)를 주고 예약했다.
그런데 이미 전액을 지불한 상품에 대해 업체가 돌연 ‘취소 메일’을 보내면서 “출발 15일 이내 취소하면 돈을 반환되지 않는다는 정책에 따라 환불이 불가하다”고 알렸다.
뱅크스는 “난 여행을 취소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해당 객실은 이미 다른 손님이 예약했다”는 업체의 답변을 받았다.
뱅크스 가족은 최후의 해결책을 기대하며 어쨌든 배에 타기 위해 승선 장소로 갔지만 결국 배는 이들을 남겨두고 떠나고 말았다.
뱅크스는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 네 자녀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뱅크스는 예약 시스템에 결함이 발생한 것 아닌지 업체 측에 항의했고, 누군가 신원을 도용해 예약을 취소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화근은 ‘SNS 자랑’이었다. 뱅크스와 남편은 몇 주 전 ‘휴가 카운트다운’을 세는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크루즈 예약 내역이 적힌 이메일 화면을 캡처해 첨부했다. 이 사진에는 예약번호가 나와 있었는데 실수로 가리지 않고 그대로 노출했다.
이를 본 누군가가 예약번호와 뱅크스의 이름을 도용해 ‘장난’을 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측은 “취소한 사람의 IP 주소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로 파악됐지만 신원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뱅크스는 부주의함으로 예약번호를 노출하긴 했지만, 어떻게 (타인이) 확인 절차도 없이 내 예약을 쉽게 넘겨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업체 측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게시글을 올리는 조건으로 향후 10404달러(약 1430만 원)짜리 크루즈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뱅크스는 “관심이 없다. 다시는 이 업체와 함께 항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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