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17일 푸틴, 중국 국빈 방문
시베리아의 힘 2 가스 공급계약 불발
"우크라 전쟁으로 양국관계서 中 우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 국빈 방문 당시 러시아의 시베리아 가스관 프로젝트인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관련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이유가 중국의 가격 인하 요구 등 때문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각)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 불발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양국 관계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FT는 이날 이 문제에 정통한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중국과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관련 계약을 체결하려다 실패한 이유는 중국이 천연가스 공급 가격과 물량에 있어 불합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계획은 러시아가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몽골을 거쳐 중국에 공급하는 계획이다. 이 가스관이 완공되면 1년에 500억㎥의 가스를 수송할 수 있다.
이 같은 계획의 진전을 원하는 러시아에, 중국은 공급 가격을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받는 러시아 국내 가격과 비슷하게 낮은 수준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시베리아의 힘 2의 연간 수송 용량인 500억㎥ 중 일부분만 구매하겠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됐음을 보여준다고 FT는 분석했다.
독일 베를린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중국은 대만이나 남중국해 주변 해상 분쟁 시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전한 공급원으로서 전략적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필요로 할 수 있다”며 “다만 매우 싼 가격과 유연한 의무로 계약이 이뤄져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믿는다”며 “중국은 (자신들에게 맞는) 최상의 조건들을 러시아로부터 끌어내기 위해 기다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부예프 소장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이 지난해 큰 손실을 기록하면서, 러시아로서는 중국과의 계약 체결만이 추가 타격을 피할 유일한 길이라고 짚기도 했다.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유럽으로의 가스 판매가 급감하면서 25년 만에 최대인 6290억 루블(약 9조315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의 가스 공급에 합의하지 못하면 러시아로서는 추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특히 가즈프롬의 대유럽 수출은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10년간 연평균 230bcm(1bcm=10억㎥)에서 지난해 22bcm로 감소했으며,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가부예브 소장은 “가스전은 이미 개발됐고, 궁극적으로 러시아는 이 가스를 판매할 다른 선택권이 없다”며 “러시아가 가스 수출을 위한 대체 육로가 없다는 것은 가즈프롬이 중국의 조건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은행과의 협력 제안도 푸틴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기간 요청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규모밖에 얻어내지 못했다고도 FT는 지적했다.
한편 ‘시베리아의 힘 2’는 시베리아 지역과 중국 동북 지역을 연결하는 2019년 완공된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의 수송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는 수년 전 시베리아 가스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 서부 신장으로 이어지는 노선을 중국에 제안했다.
예상 가스관 용량은 연 500억㎥로 러시아는 올해부터 건설을 시작하길 희망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진전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으로의 가스 판매가 막힌 러시아로서는 중국 판로가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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