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소도시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급식 메뉴에서 소고기가 빠진 사실이 알려져 일본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엔저 현상의 장기화로 현지 교육 당국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게 원인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소고기도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에 ‘국력 쇠퇴’라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미야기현 도미야(富谷)시의 초중학생 5800명분의 식사를 조리하는 급식센터에서는 최근 소고기 반찬을 메뉴에서 뺐다. 한 끼에 300∼360엔(약 2600∼3150원)이 지원되는 급식 단가로는 크게 오른 식자재 가격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급식 및 식당용으로 많이 팔리는 미국산 소고기의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64%가량 뛴 것으로 알려졌다. 급식센터 관계자는 “해당 금액으로는 지난해보다 9%가 오른 쌀과 우유 등을 사는 것도 벅찬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경제 성장엔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일본 역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탈출을 위해 ‘엔저가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엔저 장기화로 수입품 등의 가격이 오르며 여러 공공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야심차게 추진한 국책사업에 예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다. 올해 도입하는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F-35A는 대당 116억 엔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실제로는 140억 엔이 들어갔다. 일본 도쿄공업대는 원래 연간 리스료 7억5000만 엔을 들여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려 했으나 엔저의 영향으로 10억 엔(약 88억 원)을 지불했다.
이러다 보니 일본 정부 내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총리실에선 4월 말 달러당 환율이 160엔까지 올라가자 “이대로 방치하면 과거 영국 파운드화 같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9조7885억 엔이란 역대 최대 규모의 개입을 단행했지만 시장에선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냉담한 반응이 나온다. 2일 환율은 달러당 157.33엔에 거래되며 157엔 전후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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