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해경 첫 연합훈련 르포
동해상서 두 선박 충돌 상황 가정
3국 함정서 물대포 발사 화재 진압
“한국 RCC(수색구조조정본부)에서 구조 요청이 왔습니다. 수색 개시!”
6일 오전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시 인근 동해 해상. 마이즈루항 해상보안학교를 출발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 ‘와카사’(1500t 규모)가 약 2시간 30분 동안 바다를 헤치고 북쪽으로 나아갔다. 마이즈루항에서 40km가량 떨어진 동해에 도착하자, 한국 해양경찰청 경비함 ‘태평양16호’(3249t)와 미국 해안경비대 순찰선 ‘워시’(4500t)가 인근에서 훈련 준비를 마치고 고동을 울렸다.
이날 일본 인근 동해상에선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3국 해경의 연합 수색 구조 훈련이 실시됐다. 한일 연합 해경 훈련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세 나라 해경이 한자리에 모여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훈련한 건 처음이다. 동아일보는 한국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일본 해상보안청 선박에 탑승해 훈련 과정을 취재했다.
이날 첫 훈련은 항해 중이던 한국 시멘트 운반선과 미국 화물선이 짙은 안개로 인해 해상에서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가정 아래 실시됐다. 불이 났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한국 배에서 승무원 16명이 구명보트로 탈출했고, 성인 크기의 사람 모형 10개가 바다로 던져졌다.
일본 순시선에서 “바다에 사람이 표류하고 있다. 행방불명자를 찾겠다”는 방송이 나온 뒤, 배에 장착된 크레인이 곧바로 구명보트를 집어 바다로 내렸다. 일본 구명보트는 한국 경비함이 투입한 구명정과 함께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미 해안경비대의 헬리콥터도 수색 구조 작업에 투입됐다. 잠시 뒤 한일 양국이 각각 4명씩, 미국 헬기가 2명을 구조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구조 훈련이 끝난 뒤엔 곧바로 화재 진압 훈련에 돌입했다. 바다 가운데 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상 화재 선박을 향해 한미일 함정들이 동시에 거대한 물대포를 발사했다. 순식간에 화재가 진압되는 장관이 연출됐다. 세 나라 함정에 탑승한 해경 대원들은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성공을 자축했다.
이날 훈련은 지난해 8월 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해양 안보 협력’에 따른 것이다. 한미일은 동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해양 진출 위협을 염두에 두고 바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고에 대응하고자 이번 훈련을 기획했다. 실제로 중국 어민들은 서해 등에서 불법 어업을 벌여 한국 해경과 숱한 갈등을 빚어왔다. 4월 남중국해에선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해경선에 물대포 공격을 가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의 무라카미 아유무(村上步) 구난(救難)과장은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3국이 정확한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해 연계 효과를 높이려는 훈련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국 해양경찰청 측도 “한미일의 수색 구조 역량과 노하우,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미일은 앞으로도 3국 해상 사고 훈련을 정례화하기 위해 상호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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