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우주선 ‘스타십’이 6일(현지시간) 네 차례 도전 끝에 지구궤도를 비행한 뒤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이번 성공은 머스크 CEO가 목표로 삼은 ‘우주선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3호’에 투입돼 달 착륙선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스타십은 이날 오전 7시 50분(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해변에 위치한 스페이스X의 우주 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발사됐다. 총 2단부로 구성된 스타십은 부스터 역할을 하는 발사체 1단부 ‘슈퍼헤비’ 위에 우주비행사나 화물을 탑재할 수 있는 ‘우주선’으로 불리는 2단부가 올려져 있다. 5명 내외의 우주인만 탑승할 수 있는 기존 로켓과 달리 동시에 약 100명의 사람을 이동시킬 수 있다.
이날 1단부 로켓 슈퍼헤비가 고도 약 70㎞에서 분리돼 발사 7분 24초 만에 안정적으로 멕시코만에 연착륙하면서 이번 테스트의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 이어 2단부 로켓 ‘우주선’은 시속 2만6225㎞ 안팎으로 지구 위 200㎞ 이상까지 도달해 예정된 지구 궤도 항로를 비행했다. 이어 발사 후 49분 만에 고도를 낮추며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에 성공했다. 이 지점은 직전 시험 비행에 실패한 지점이었다. 우주선은 발사 1시간 6분 만에 폭발 없이 예정대로 인도양에 ‘스플래시다운’했다. 스플래시다운은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할 때 낙하산으로 하강 속도를 줄이면서 바다에 착수하는 방식이다.
이번 비행은 완전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에 대한 머스크의 꿈에 한 발자국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십은 고도 60㎞ 남은 지점에서 대기권을 진입하면서 발생한 열로 기체 일부가 손상됐지만 앞서 세 차례 시험 비행이 모두 폭발로 끝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안정적으로 돌아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앞서 스타십은 지난해 4월 발사에서는 1단 슈퍼헤비의 랩터 엔진 33개 가운데 일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1단과 2단 스타십이 분리되지 못하면서 폭발했다. 지난해 11월 2차 발사 당시에는 단 분리에 필요한 핫 스테이징에 성공했지만, 이륙 8분 만에 교신이 끊겨 자폭을 결정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3월 세 번째 시도에서는 지구 궤도에 오르는 등 발사 시도까지는 성공했지만 대기권에 다시 진입하는 과정에서 교신이 끊겼다. 대기 중에서 공중분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외신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시험 비행은 역대 가장 크고 강력하면서 완전히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스타십이 기존 로켓이 아닌 제트여객기처럼 계속해서 비행할 수 있다면 글로벌 우주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도 “NASA와 머스크가 인류를 달에 이어 화성으로 데려가기 위해 궁극적으로 이 로켓을 재사용하려는 계획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타십은 NASA가 반세기 만에 인류를 달에 보내려고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3단계 임무에도 사용될 예정인 만큼 NASA 역시 이번 비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엑스에 글을 올려 “스타십의 성공적인 시험 비행을 축하한다”며 “아르테미스를 통해 인류를 달로 다시 보낸 후 화성으로 나아가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향후 시험 비행에서 일부 기체 파손 문제점을 해결하고 펠컨 9처럼 로켓의 재사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이스X는 향후 몇 달 안에 3번 이상의 시험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십은 지금까지 개발된 로켓 중 가장 크고 높은 성능을 가지고 있다. 길이는 120m로 아파트 40층 높이에 해당하며, 추력은 7590tf에 달한다. 1tf는 1t 중량을 밀어 올리는 힘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가장 큰 추력을 냈던 로켓은 NASA가 개발한 우주발사시스템(SLS)으로 3900t의 추력을 갖고 있는데 이보다 두 배에 가까운 추력이다. 머스크는 화성을 개척해 인류가 이주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로 스타십을 개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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