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좁아진 기시다, 日총리 연임 가능할까
尹-기시다의 ‘낮은 지지율’, 한일 관계 변수되나
양국 지도자, 지지율 20%대 답보… 사도광산-라인 사태 등 불안은 여전
관계 개선 제도화 성과 거두려면… 과거사 논의 등 관계 본질 집중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모두 4월 이후 국정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올해 들어 40% 선을 넘은 적이 없다. 지난달 31일에는 역대 최저치인 21%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양국 정상, 특히 우리나라의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는 역대 정권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 정부가 내놓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인 ‘제3자 변제’ 방식은 비록 여론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한일 관계 복원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란 지적이지만, “적어도 한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불안 요소를 관리해 왔다”(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관계 개선 노력이 안정적으로 제도화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모두 자국에서 리더십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은 상황인 데다 여전히 양국 앞에 다양한 불안 요소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코앞에 닥친 변수는 다음 달 결정되는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의 현장이지만, 일본 정부는 이 시기를 제외하고 에도시대(1603∼1868년)의 역사에 한정해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지지율이나 일본 내 여론을 고려하면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교 갈등으로 번질 뻔했던 라인야후의 지분 매각 사태는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불씨가 다시 번질 가능성이 남아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라인 사태가 한일 관계와 별개 사안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항복 선언”이라고 비난하며 정부 대응을 촉구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이어간다면 정치권에서 독도 영유권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사 교과서 왜곡 등 과거사 문제에 ‘친일 프레임’을 더 강경하게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시작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의석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안에서 잠시 벗어났지만 추후 사고가 발생하면 다시 큰 이슈로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 삼아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 제도화의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학계에서는 1963년 독일과 프랑스가 체결했던 화해협력조약(엘리제 조약)이나 한일 협력의 초석이 됐던 1998년의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과 비슷한 급의 ‘동아시아판 엘리제 조약’이나 ‘제2의 DJ-오부치 선언’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원덕 교수는 “실질적인 개선을 이루려면 학계와 정부 차원에서 어느 정도 인위적인 노력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문화 교류나 경제 협력도 중요하지만, 양국 관계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은미 연구위원은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과거사 논의 등 껄끄럽더라도 중요한 주제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들에겐 진정성 있게 와닿지 않는다”며 “한국과 일본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런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다리를 잇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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