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씩 잠 못자… 집중 위해 마셔”
NYT “최전선에선 물물교환 화폐”
일반인 수요도 늘어 ‘음료 호황’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000km에 달하는 전선에서 버티기 위해 ‘에너지 음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8일 전했다. 에너지 음료는 카페인과 타우린이 다량 함유돼 집중력을 높이고 피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음료를 말한다.
NYT는 “참호를 향해 목숨을 걸고 나아가는 병사들은 에너지 음료를 위해서라면 커피나 콜라, 심지어 물조차도 포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군인은 “사흘 밤낮 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상태에서 40kg에 이르는 완전군장을 하고 몇 km씩 걸으려면 에너지 음료밖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가치 때문에 최전선 군인들에게는 물물교환을 하는 ‘화폐(貨幣)’로도 여겨진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레드불’이나 ‘몬스터’ 등이 가장 잘 알려진 에너지 음료 브랜드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자국 제품 ‘볼랴’ 등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의지’를 뜻하는 우크라이나어인 볼랴는 전쟁 발발 다음 해인 2023년 1월 출시됐다. 생수를 주로 취급했던 음료 업체 IDS우크라이나는 이 제품을 내놓자마자 우크라이나군에 4만 캔을 기부하는 등 ‘애국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맥주 업체 칼스버그 우크라이나도 지난해 에너지 음료 ‘배터리’를 출시했다.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 내수시장은 급격히 무너졌지만 에너지 음료 매출은 거의 50%나 급증했다고 NYT는 전했다. IDS우크라이나의 마르코 트카추크 최고경영자(CEO)는 “끓는 물이나 티백 없이도 빠르게 섭취할 수 있는 카페인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출신의 군인 안톤 필라토우는 NYT에 “군대에서 에너지 음료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최고의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군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에너지 음료 수요가 커지면서 ‘호황’에 불이 붙었다. 칼스버그 우크라이나의 타라스 마치푸라 부사장은 “끊임없는 미사일 공격과 전쟁으로 인한 불안, 수면 부족 때문에 일반인들도 에너지 음료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솜사탕, 선인장, 대마초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맛의 신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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