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0일로 예정된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극우세력에 대항한 ‘반(反)극우 연대’ 구성을 촉구했다. 프랑스 정통 우파인 야당 공화당이 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극우 국민연합(RN)과의 연대를 선언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RN을 저지하기 위해 ‘반(反)극우 연대’ 결성을 호소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12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전격 발표한 뒤 연 첫 기자회견에서 “중도, 진보, 민주, 및 공화주의는 단결돼 있다”며 반극우 연대로 극우 RN을 저지하자는 뜻을 강조했다.
의회를 전격 해산한 이유에 대해선 “극단주의(RN)에 투표한 프랑스인들 앞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계속할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극우를 지지한 유권자들을 새로운 총선을 통해 설득하고 다시 신임을 얻겠다는 취지다. 또 그는 “2027년 극우에 권력의 열쇠를 주고 싶지 않았다”며 이번 조기 총선을 통해 차기 대선에서 RN 전 대표였던 마린 르펜 의원의 집권을 막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다수가 우리의 지속적인 연합을 허용하질 않았다”며 여소야대 의회가 정부의 개혁법 통과를 방해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1일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을 발표한 직후 놀란 장관들에게 “역사를 견디느니 다시 쓰는 게 낫다”고 거듭 말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사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5년 임기는 2022년 대선에서 결정된 게 분명하다”며 결과와 무관하게 대통령직을 지킬 것임을 확실히 했다. 이에 따라 총선에서 RN이 승리하면 대통령은 마크롱이, 총리는 제1당 대표인 RN 조르당 바르델라가 맡는 ‘동거 정부’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이 건국된 이래 첫 ‘중도우파 대통령-극우 총리’ 동거 정부가 탄생하는 것이다.
조기 총선 발표에 따른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샤를 드골,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등 역대 대통령을 배출한 공화당의 에릭 시오티 대표는 11일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한다”며 RN에 선거 연대를 제안했다. 공화당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5위에 그치자 극우와 손을 잡고 생명연장에 나선 것이다. 브뤼노 르메르 재경경제부 장관 등 공화당 출신 장관 7명은 르피가로 공동 기고문에서 “드골 장군의 후계자들이 세운 이 당의 모든 것을 배반하는 행위”라며 시오티 대표의 방침을 비난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2명은 탈당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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