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제평화회의가 열렸지만 휴전 협상의 ‘핵심 고리’인 미국과 중국 정상이 불참하며 그 성과가 제한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관심이 중동 전쟁으로 분산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힘겨운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15, 16일 스위스 니트발덴주(州)의 휴양지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제평화회의’는 57개국에서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확인했다. 한국에선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선언문 초안은 러시아 침공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우리는 영해를 포함해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 내에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모든 국가의 주권, 독립성, 영토 보전에 대한 위협이나 무력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15일 평화회의에 참석해 에너지 인프라 복구 등을 위해 15억 달러(약 2조 원) 이상을 지원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선언문 초안엔 후속 개최국이 명시되지 않아 한계를 남겼다. 또 미국 중국 정상이 불참한 것도 다소 김이 빠진 모양새다. 주최국 스위스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이 참석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탈리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뒤 바로 귀국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균열을 노출시켰다”고 평했다.
중국 역시 시진핑 국가주석은 물론이고 고위급 인사도 불참했다. 중국은 러시아가 회의에 초대받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해 전쟁을 연장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WSJ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이 회의가 러시아의 전쟁에 대한 목표를 철회하는 데 도움을 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라’란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게다가 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을 승리로 이끌어 ‘킹메이커’로 떠오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난색을 표한 점도 악재로 떠올랐다. G7 회원국들이 러시아 동결 자금의 이자 수익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500억 달러를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 멜로니 총리는 15일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당분간 직접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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