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청소년 하루평균 4.8시간 사용… 3시간 이상땐 우울증 위험 2배
보건당국, 의회에 경고문 입법 촉구
42개州 “중독 유도” 메타 상대 소송… 빅테크 기업들과 SNS 소송전 확산
미국 보건당국이 담배나 술처럼 소셜미디어도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경고문 부착을 추진한다. 미 공중보건 최고책임자인 비벡 머시 의무총감(Surgeon General)은 17일 “소셜미디어 화면에 정기적으로 경고문을 띄워 청소년과 부모들이 위험성을 인식하도록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무총감까지 나서 ‘소셜미디어와의 전쟁’을 선포한 건, 최근 미국에서 청소년들의 우울감이 높아지며 자살률까지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가 이런 실정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이미 여러 주(州)에서 관련 법안을 제정하거나 소송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연방정부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 “빅테크 자정 희망 버려야”
의무총감은 이른바 ‘미국의 주치의’로 불리는 자리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을 이끌며 대외적으로 공중보건 이슈를 국민에게 알리는 얼굴 같은 역할을 한다. 미국에선 담배나 술에 붙은 위험 안내도 ‘의무총감의 경고’라는 형식을 취한다.
머시 총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경고문을 부착해야 하는 이유(Why I’m Calling for a Warning Label on Social Media Platforms)’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담배 관련 연구에 따르면 경고문은 (위험) 인식을 높이고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소셜미디어 경고문도 부모와 청소년에게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기적으로 상기시켜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별도의 NYT 인터뷰에서도 “의회도 소셜미디어 경고문 부착 추진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더 이상 빅테크들이 (청소년 건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거란 희망에 기댈 수 없다”고 말했다.
머시 총감은 지난해 5월부터 청소년 정신건강에 소셜미디어가 유해하다는 경고를 지속해 왔다. 부모에게 즉각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 설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는 “응급상황에는 모든 정보를 기다리지 않고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며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는 응급상황이며,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미 보건당국에 따르면 하루에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불안과 우울증 증상을 겪을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 미 청소년들은 지난해 기준 1일 평균 4.8시간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13∼17세 청소년의 45%가 소셜미디어로 인해 자신의 외모를 탐탁지 않게 여기게 됐다는 연구도 있다. 머시 총감은 “경고문 부착에 그칠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 사용을 중학교 졸업 이후로 미루는 등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 알고리즘 끊고 소송전도 확산
최근 미국에선 청소년 정신건강과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청소년의 우울증과 불안 증세가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 고교생 10명 중 1명꼴로 자살을 시도했으며, 10∼14세 자살률도 2007년 이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 차원에선 이미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소송을 걸거나 관련 법안을 적극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 42개 주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에 “청소년 중독을 유도하도록 설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추천 알고리즘이나 ‘좋아요’ 버튼, 알림, 사진필터 등을 중독을 유도하는 대표적 기능으로 꼽았다.
뉴욕 주의회는 이달 7일 청소년에겐 추천 알고리즘을 아예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뉴욕에선 18세 미만에게 게시물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제공하려면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온라인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국 최고의 법안”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도 5월 알고리즘 금지는 물론이고 미성년자 계정에 대해선 비공개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소셜미디어 중독금지법’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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