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인들이 강한 우정을 유지하는 비결로 ‘계모임’ 문화를 소개했다.
NYT는 한국에서는 친구들이 휴가와 식사, 사교 활동을 위해 저축하는 계모임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도했다. 외신은 계모임을 소리나는 대로 ‘gyemoim’으로 표기하면서, 저축 그룹(saving group)이라고 번역했다.
실제 계모임을 하는 한국인 김모 씨(32)와 이모 씨(35)의 사례도 소개했다.
전직 교사이자 주부인 김 씨는 ‘계모임’을 만들어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이 모임을 통해 꾸준히 저축을 해왔기에 여행 경비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다고 전했다. 김 씨는 최근 1박에 369달러(약 50만 원)하는 부산의 한 고급 리조트에서 두 친구와 함께 2박을 묵었다.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대학에 다녔고, 졸업 후에는 각자 업무 등으로 바쁜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계모임을 통해 정기적으로 만나 가까운 사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각자 매달 13달러(약 15000원) 이상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이후 세 사람은 10년 동안 300만 원 이상을 모았다.
김 씨는 “계모임 친구들과 하루 종일 리조트 호텔에서 수영하고 먹고 마시고 지냈다”며 “계모임을 하지 않았다면 여행을 준비하기가 너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어학원에서 조교로 일하는 이 씨도 고교 시절 친구들과 매달 5만 원씩 내는 계모임을 하고 있다. 이들은 모은 돈을 일 년에 몇 번씩 만나 삼겹살 회식을 하거나 맥주 모임을 하는 데 사용한다.
이 씨는 “처음에는 그냥 재미로 모였는데, 모두 일을 시작하면서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우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인생의 중요한 행사를 할 때도 서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했다.
NYT는 한국에서 계모임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로 한국 특유의 교류와 신뢰 문화의 특성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NYT는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서울의 한 커피숍에 가서 가방, 노트북, 신용카드와 현금이 가득 든 지갑을 자리에 그대로 둔 채 화장실에 가도 된다”며 “(돌아왔을 때) 그 물건이 다 있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NYT는 계모임 문화가 서구권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매체는 “한국 사회에서 계모임을 잘 작동하게 해 주는 문화적 전통이 서구 문화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참여하는 사람들을 잘 알지 못한다면 (계모임 같은) 공동 자금 운용은 약간의 도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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