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전 이민정책 정면 충돌
바이든 “이민자 나라” 라틴계 공략… 최대 80만명 영주권 취득 길 열려
트럼프, 불법이민자 표 띄워놓고… “불법 입국에 보상, 바이든은 재앙”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이민’ 의제를 놓고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과 결혼한 불법 이민자에게 시민권 취득 기회를 주는 친(親)이민정책을 18일 발표했다. 그는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며 이번 정책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라틴계 유권자를 적극 공략했다.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이 불법 입국자를 대량 사면했다. 내가 재집권하면 임기 첫날 이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맞섰다. 특히 그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층으로 꼽히는 흑인 유권자 등을 대상으로 “불법 이민자가 몰려들면 비(非)백인 미국인의 일자리가 위험해질 것”이라며 공세를 강화했다.
● 바이든 “불법 이민자도 美 배우자 있으면 시민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미성년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한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다카)’ 행정명령 12주년 기념 행사를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 거주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미 시민권자와 결혼한 불법 이민자와 자녀가 영주권을 얻고, 궁극적으로는 시민권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CNN은 이 정책으로 75만∼80만 명이 영주권을 받을 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TV토론을 앞두고 이른바 ‘집토끼’로 꼽히는 라틴계 유권자 등을 공략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이민에 강경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최근 자신의 관용적인 이민정책을 문제 삼자 이달 초 일일 불법 이민자가 2500명을 넘으면 남부 국경을 폐쇄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집권 민주당 지지층이 반발하자 이번에는 유화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미성년 불법 이민자에게도 강경책만 고집해 “매정하다”란 비판을 받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노리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17년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이민자 중 부모는 추방하고 자녀는 연방 보호시설로 보내는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5000여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반인륜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커졌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까지 거부감을 표시하자 2018년 이를 철회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캠프는 새 이민정책을 통해 트럼프 1기의 가족 분리 정책에 대한 논란이 다시 촉발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측이 트럼프 측에 일종의 ‘미끼’를 던졌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내가 발표한 조치는 가족을 함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내 전임자(트럼프 전 대통령)는 국경에서 가족과 자녀를 분리했다”고 비판했다.
● 유세장에 불법 이민 상황판 띄운 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러신 유세에서 “바이든이 전 세계에 불법 입국을 보상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바이든은 ‘논스톱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정책으로 “불법 체류자가 즉시 영주권을 받고 시민권까지 받아 투표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탈 것”이라며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임기 첫날 폐기하겠다”고 외쳤다.
그는 유세 현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불법 이민자 현황을 띄우고 “내가 대통령이었을 때 불법 이민자가 가장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의) 이번 정책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은 흑인 및 히스패닉(라틴계) 인구”라며 바이든 지지층의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친트럼프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도 “바이든 대통령의 새 이민정책은 전 세계로 ‘공개 초청장’을 보낸 것”이라고 가세했다. 폭스뉴스는 멕시코 국립이민연구소 통계를 인용해 “1∼5월 기준 177개국에서 약 140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입국했다”라면서 “유엔 회원국이 193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전 세계에서 밀려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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