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 대법관들 ‘트럼프 비하 티셔츠’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1일 03시 00분


‘상표 불허’ 판결 놓고 공개 비판 나와
‘트럼프 면책 특권’ 판결 영향에 관심


미국 연방대법원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76)과 에이미 배럿 대법관(52·여)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티셔츠(사진)의 상표권 판결을 두고 충돌했다. 두 사람은 모두 보수 성향으로 꼽히나 토머스 대법관은 강경 보수, 배럿 대법관은 온건 보수에 가깝다.

19일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배럿 대법관은 앞서 13일 열린 상표법 판결을 두고 주심인 토머스 대법관을 공개 비판했다. 이 판결은 ‘트럼프는 너무 작다(Trump too small)’는 문구가 담긴 티셔츠의 상표 등록에 대한 재판이다.

토머스 대법관은 “이 문구가 담긴 티셔츠의 상표 등록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만장일치 판결을 이끌었다. 특히 “상표에 타인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배럿 대법관은 별도 의견서에서 “토머스 대법관이 ‘나무’만 보고 ‘숲’을 놓치고 있다. 역사에만 ‘레이저’처럼 집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상표 등록 불가에는 동의하나 “전통 그 자체를 헌법적 근거로 제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쟁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두고 ‘리틀 마코’(키 작은 마코)라고 조롱했다. 루비오 의원 또한 “손이 작은 남자들이 어떤지 알지 않냐”며 성적 뉘앙스가 담긴 발언으로 반격해 유명해졌다.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스티브 엘스터 변호사는 자신이 제작하는 티셔츠와 모자에 이 문구를 쓸 수 있는 독점권을 얻으려 했다. 미 특허상표청은 “생존 인물의 이름을 해당인의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엘스터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반발해 대법원까지 온 것이다.

배럿 대법관은 2020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지명했지만 종종 반(反)트럼프 행보를 걷고 있다. 올 3월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월 대선 출마 자격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 3명의 진보 대법관과 함께 소수 의견을 냈다. 한 달 후 ‘대통령은 의회에서 탄핵되기 전에는 기소돼선 안 된다’며 트럼프 측이 4건의 형사 기소에 대한 면책 특권을 주장하는 구두 변론을 했을 때도 “왜 대통령만 달라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의 이런 행보가 면책 특권에 대한 최종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트럼프 비하 티셔츠#상표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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