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토론때 같은 발언 훼방 차단… 90분간 펜-메모장-물 1병만 허용
참모 접촉 금지-미리 작성 원고 불허
바이든, 주말 유세 접고 ‘모의 토론’… 트럼프, 마러라고서 12회 토론회의
“두 고령후보 인지능력 중요 시험대”
미국 대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27일 처음 열리는 TV토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열공(열심히 공부)’ 모드에 들어갔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많아 이번 TV토론이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미 대선 TV토론은 양당 전당대회 이후인 9, 10월경에 열렸다. 이번에는 첫 토론을 6월로 앞당겨 누가 기세를 잡느냐에 따라 향후 선거 과정에도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22일 각각 82세와 78세인 바이든, 트럼프 두 후보의 나이를 거론하며 “고령 후보들의 인지 능력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모의토론, 비공개회의… ‘필승전략’ 골몰
바이든 대통령은 TV토론을 일주일 정도 앞둔 20일부터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 22, 23일 주말 유세도 접고 대통령 휴가지인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해 측근들과 토론 대비에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한 바이든 캠프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의 트럼프에 대한 발언이 점점 더 강경해지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는 TV토론으로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또 다른 캠프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팀은 트럼프가 낙태 등에 대해 극단주의적 정책을 추구한다는 점과 부유한 기부자들이 트럼프를 위해 수표를 쓰고 있어 ‘친서민적’이지 않단 점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철저한 준비를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차례 ‘모의 TV토론’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에도 리허설에서 트럼프 대역을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밥 바워가 다시 한 번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현지에선 4년 전 대선 승리를 가져다준 ‘행운’의 의미로 이번에도 바워가 토론 준비팀에 참여했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미 몇 주 전부터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측근들과 토론에 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전문가는 물론 상원의원과 부통령 후보군도 참여했다고 한다. CNN은 “토론 준비를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여한 비공개 회의가 12회 정도 열렸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 측은 경제나 불법이민 등에 초점을 맞춰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지난달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받은 유죄 평결을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를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말 유세에서 “바이든은 건강 보조제를 맞고 있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 “두 고령 후보의 인지능력 시험대”
27일 TV토론을 진행하는 CNN이 공개한 토론 규칙에 따르면 두 후보는 상대방 발언 때 자신의 마이크를 꺼 둬야 한다. 상대방 말에 끼어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2020년 1차 TV토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진행자의 만류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끼어들면서, 서로 발언을 훼방하고 말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된 데 따른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마이크 음소거는 바이든 대통령 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전했다.
전체 토론 시간은 90분으로, 중간광고를 위해 두 번 휴식을 취한다. 다만 후보들은 휴식 시간에도 참모를 접촉할 수 없다. 미리 작성한 원고도 볼 수 없다. 각 후보에게는 펜과 빈 메모장, 물 한 병만 허용된다. 자리는 동전 던지기로 결정했는데, 바이든 대통령 측이 이겨 TV 화면 기준으로 오른쪽 자리를 선택했다.
준비한 원고나 참모 도움 없이 진행하는 조건 탓에 이번 TV토론이 고령인 두 후보의 인지능력 등을 판단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패트릭 스튜어트 아칸소대 정치학 교수는 로이터에 “후보들의 인지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혹은 떨어졌는지를 확인할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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