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켰더니 침실 바닥에 대마초 재배를 위한 3피트(약 0.9m) 높이의 흙이 쌓여있었다.”
영국에서 집을 빌려놓고 그 안에 대마초를 불법 재배하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영국 BBC가 23일(현지 시간) 전했다.
영국 수도 런던 북부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찰스 리브스 씨는 해외 발령이 나면서 인터넷에 집을 장기임대한다는 홍보글을 올렸다. 이에 한 부동산 중개업자가 “자녀가 있는 가족이 살고 싶어 한다”며 연락을 취해왔고 리브스 씨는 이들에게 집을 내줬다.
하지만 약속했던 임대료는 들어오지 않았고 리브스 씨는 법원의 허가 명령이 떨어진 후에야 자신의 집을 방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을 열자 난데 없이 ‘대마초 재배 하우스’의 풍경이 나타난 것이다.
알고보니 부동산 중개업자는 허위 사이트를 운영하는 대마 재배 조직이었고, 임차인도 가짜였다. 경찰은 리브스 씨의 집에서 400개 이상의 대마초 식물을 압수했다. 추정 시가만 수십 만 파운드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대마초 불법 재배 일당은 침실에 무려 10톤의 흙을 옮겨놨을 뿐 아니라, 집 전체를 마약 재배 공장으로 사용햇다. 리브스 씨는 “대마초 재배에 적절한 환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일당이 천장과 벽에 구멍을 뚫어놨고, 맘대로 곳곳에 전문 재배 램프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램프에서 나오는 강한 열로 인해 여러 방에는 탄 자국이 남았다. 이들 일당은 건물 배선 시스템까지 임의로 변경해 계량기를 우회함으로써 대마초 재배에 필요한 전력까지 훔쳐 사용했다.
BBC에 따르면 현재 집을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만 수천만 원으로 추산된다. 리브스 씨의 부인 줄리아 씨는 “20년간 살아온 우리 가족의 안락한 터전이 공격 받았다는 정신적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20여년 전에 비해 코카인 복용자가 4배 가량 증가하는 등 마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BBC는 교통의 요충지로 시장 접근성이 뛰어난 런던에서 국제 마약범죄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에는 런던 하수 성분에서 코카인이 검출돼 런던이 ‘코카인의 수도’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실제로 런던 경찰에 따르면 2018~2019년과 2022~2023년 런던에서 발각된 대마초 농장만 1056곳에 달한다. 영국 전 경찰관이자 마약 범죄 전문가인 알렌 모건은 BBC에 “특히 영국의 경우 부동산 중개인이 되기 위한 별도 자격 요건이 없는 데다가,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퇴거시키려면 수개월이 소요된다”며 “임대 사기와 결합한 마약범죄가 나타나기 쉬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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