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하지’ 사망자 1300명 넘어…희생자 83%는 미등록 순례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4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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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열린 이슬람권의 최대 성지순례 행사 ‘하지’에서 온열질환 등에 따른 사망자가 1300명을 넘어섰다. 낮 최고기온 50도를 넘나드는 ‘살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냉방시설, 쉼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미등록 외국인 순례자들에 피해가 집중됐다. 불법 브로커와 대행사 등이 판치는 하지의 지하경제도 비판받고 있다.

파하드 알잘라젤 보건부 장관은 24일 국영 TV에 출연해 14~19일 열린 하지 기간 동안 온열질환 사망자가 총 13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하지 사망자에 대한 공식 집계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사우디 국립기상센터에 따르면 이번 하지에 메카 대사원은 한때 최고 51.8도까지 치솟았고, 여전히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 사망자는 더 늘 수 있다.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 치러지는 하지는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로 꼽힌다. 일생 반드시 한 번은 이슬람 발상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종교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장거리를 걸어온 해외 입국 무허가 순례자들도 많다. 당국은 사망자 중 83%가 무허가 순례자들로 다수는 이집트 국적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은 순례객의 경우 냉방시설이 갖춰진 승합차, 버스 등으로 이동하고 휴식 때에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텐트 안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사망자 대다수는 적절한 쉼터나 휴식 없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먼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며 몇 시간 동안 기도하는 등의 행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P 뉴시스
미등록 순례를 택하는 건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지 공식 여행 패키지는 순례자의 출신국가에 따라 5000~1만 달러에 달한다. 경제 상황이 악화된 이집트, 요르단 등의 순례자들에겐 버거운 수준이다. 이에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식 비자 없이 밀입국시키는 대행사나 브로커 등을 이용하게 된다. 한 이집트 순례객은 NYT에 “부모님 순례를 위해 2000달러를 (무허가) 대행사에 지불했다”고 밝혔다.

사망자가 집중된 이집트의 무스타파 마드불리 총리 뒤늦게 “미등록 순례자들의 여행을 도운 대행사, 브로커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이슬람#성지순례#하지#온열질환#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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