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폭염으로 워싱턴에서 링컨 전 대통령의 밀랍 조형물이 녹아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워싱턴DC 개리슨 초등학교 교정에는 지난 2월 의자에 걸터앉은 링컨의 모습을 묘사한 높이 6피트(약 1.8m)의 밀랍 조형물이 설치됐다.
남북전쟁과 그 여파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는 취지로 제작된 이 조형물은 섭씨 35도 안팎의 기온이 며칠째 이어지자 속수무책으로 녹아버렸다.
WP는 “24일 아침에는 급기야 머리가 사라지고 왼쪽 다리가 상체에서 분리됐다”고 전했다.
약 182cm 높이의 이 밀랍상은 리치몬드 예술가 샌디 윌리엄스 4세가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각가 윌리엄스 4세는 “주변 온도가 화씨 140도(섭씨 60도)에 이르지 않는 한 조각상이 녹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무더위 때문에 아이스크림 녹듯 조형물이 망가지는 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링컨 밀랍상 작품의 가격은 민간과 공공의 자금을 합쳐 총 15만 달러(약 2억 원)다. 이는 첫 번째 밀랍상이 녹아내려 교체된 동상의 비용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링컨의 밀랍상이 다시 세워질지는 불확실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조형물의 설치를 지원한 현지 비영리 단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밀랍 조형물의 형상이 변화하는 것을 의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급격한 변화는 예상치 못했다면서 “이건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에선 열돔 현상으로 인해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기상청(NWS)은 미국 전역에서 약 1500만 명이 폭염 경보, 9000만 명이 폭염 주의보의 영향권에 놓였다고 밝혔다.
워싱턴DC를 포함한 미 북동부 지역은 위도가 비교적 높고 녹지 비중이 커 그동안 극심한 더위를 상대적으로 덜 겪었으나, 올해는 기온이 치솟으면서 주민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러한 폭염과 홍수, 산불 등 각종 기상 이변은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연관성이 매우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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