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이 아이돌? 오디션으로 부통령 뽑는 이 대선후보[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3일 17시 00분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하찮은 자리”
별로 할 일 없고, 대통령의 견제 받고
대통령-부통령 불화설의 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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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부통령 후보들을 소개하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부통령 후보들을 소개하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 캡처.


Veepstakes.”
(도박판 부통령 선발대회)
요즘 미국 사회 유행어입니다. 스테이크 레스토랑 이름이 아닙니다. ‘veep’은 부통령을 말합니다. 이런 제목의 미국 드라마도 있습니다. 부통령의 약자인 ‘vp’와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의 ‘vip’를 합쳐 소리 나는 대로 부르는 것입니다. ‘stake’는 ‘sweepstake’(스윕스테이크)의 줄임말로 빗자루로 쓸어 담듯이(sweep) 도박에서 판돈(stake)을 승자 한 명이 모두 차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올해 대선에 출마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 선정 작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개 막후에서 이뤄지는 부통령 후보 선정 작업을 공개 서바이벌 오디션 방식으로 진행해 화제입니다. 유세 때마다 부통령 후보 7, 8명을 몰고 다니며 뒤쪽에 세웁니다. 거명되면 한 명씩 무대로 나와 “내가 부통령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에 들기 위한 충성 발언 경쟁이 치열합니다. 최종 승자는 다음 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합니다. TV 리얼리티쇼를 진행해본 경험 덕분인지 그 재미 없는 부통령직마저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은 행정부 권력 서열 1, 2위입니다. 그런데 관계가 미묘합니다. 대통령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부통령에 대한 대접이 박합니다. 헌법부터 그렇습니다. 대통령의 직무에 대해서는 온갖 시시콜콜한 것까지 기술해 놓았으면서 부통령은 3개 조항이 전부입니다. 1조 3항에 상원 캐스팅보트 역할, 2조 1항에 대통령 유고 시 권력 승계, 2조 4항에 탄핵 대상이라고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얼마나 서러웠으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밑에 있던 존 애덤스 부통령은 부인에게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The most insignificant Office that ever the Invention of Man contrived or his Imagination conceived”(인간이 용케 발명해낸,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장 하찮은 자리). 2인자에게는 1인자의 견제가 따라옵니다. 대통령은 자신보다 뛰어난 부통령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불화를 알아봤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왼쪽)과 존 낸스 가너 부통령(오른쪽).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The vice presidency is not worth a bucket of warm piss.”
(부통령은 따뜻한 오줌 한 양동이만도 못한 자리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때 존 낸스 가너 부통령이 한 말입니다. 옛날에는 따뜻한 오줌을 다양한 의학적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그런 오줌만도 못한 신세라고 부통령의 비애를 토로한 것입니다. 실제로 가너 부통령이 사용한 단어는 ‘piss’가 아니라 ‘spit’(침)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오줌이건 침이건 하찮은 존재라는 의미는 비슷합니다. 루즈벨트가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많은 정치인들은 부통령 후보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루즈벨트처럼 카리스마 강한 대통령 밑에서는 부통령이 설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시 하원의장이던 가너는 부통령 제의를 수락했지만, 곧 루즈벨트 대통령과 갈등을 빚게 됐습니다.

가너 부통령은 뉴딜 정책이 지나친 정부 개입을 몰고 온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노조에 관대한 것도 못마땅했습니다. 연방군을 노조 제압에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외교적 고립주의를 주장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려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결정을 반대했습니다. 1940년 대선 때 아예 부통령 자리를 박차고 나와 출마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하에서 경쟁자가 된 것입니다. 10배 이상의 표 차로 처참하게 패했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왼쪽)과 린든 존슨 부통령(오른쪽).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존 F 케네디 대통령(왼쪽)과 린든 존슨 부통령(오른쪽).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Oh, God, can you ever imagine what would happen to the country if Lyndon was president?”
(세상에, 만약 린든이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상상이 되는가?)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린든 존슨 부통령은 모든 점에서 대조적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동부 명문가 출신인 반면 존슨 부통령은 텍사스 시골의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했습니다. 1960년 대선에서 케네디는 남부 표를 얻기 위해 마지못해 존슨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존슨 부통령의 판단력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쿠바 미사일 사태, 피그만 침공 사건 때 존슨 부통령은 정책 결정에서 소외됐습니다. 재클린 케네디 여사의 자서전에 실린 케네디 대통령이 존슨 부통령을 평가한 대목입니다.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과 존슨 부통령의 불화는 케네디 암살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무시당한 설움 때문인지 존슨 부통령은 케네디 암살 직후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때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슬픔에 잠긴 재클린 여사가 남편을 추억하기 위해 잠시 에어포스원을 비워달라고 부탁했지만, 존슨 부통령은 당장 취임식을 해야 한다고 고집했습니다. 피 묻은 옷을 입은 재클린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 선서를 하는 유명한 사진은 이렇게 촬영됐습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왼쪽)과 리처드 닉슨 부통령(오른쪽). 아이젠하워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If you give me a week I might think of one.”
(일주일을 주면 한 가지를 생각해낼지 모르겠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밑에서 8년이나 부통령을 지냈지만, 부통령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했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2년 대선 출마 때부터 당시 상원의원이던 닉슨을 싫어했습니다. 닉슨의 투철한 반공 의식과 대권 야심이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그를 부통령 후보로 택했습니다. 당선된 뒤에도 사이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사교적이지 못한 닉슨 부통령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I can’t understand how a man can come so far in his profession and not have any friends.”(자신의 분야에서 저 정도의 경력을 쌓았으면서 저렇게 친구가 없는 사람은 처음 본다)

1960년 닉슨 부통령이 대권 도전을 선언한 뒤 지원 유세에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닉슨 부통령이 어떤 정책 결정에 참여했는지 기자들이 묻자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He was not a part of decision-making”(그는 정책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업적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대답입니다. 농담이라지만 이 정도면 상대에게 상처가 됩니다. 대통령의 지지를 받지 못한 닉슨 부통령은 강적 케네디 후보에게 패했습니다.

명언의 품격
버락 오바마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부통령(왼쪽). 백악관 홈페이지
반면 대통령과 부통령의 궁합이 좋은 사례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월터 먼데일 부통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조지 H W 부시 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 바이든 부통령은 전문가들이 인정한 환상의 조합입니다. 권위적이지 않은 대통령과 경험이 풍부한 부통령의 조합이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Please be the last man in the room.”
(방에서 마지막 사람이 되어달라)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든 부통령을 선택할 때 당부한 말입니다. 리더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마지막까지 방에 남아 직언을 하는 것이 2인자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이 명언을 마음속에 새긴 바이든 부통령은 대통령이 된 뒤 ‘man’을 ‘voice’로 바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똑같이 당부했습니다.

실전 보케 360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오른쪽)와 그를 체포한 경찰관 마이클 아킨슨(왼쪽). 롱아일랜드 색하버 경찰서 홈페이지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오른쪽)와 그를 체포한 경찰관 마이클 아킨슨(왼쪽). 롱아일랜드 색하버 경찰서 홈페이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요즘 미국에서 ‘Gen Z Cop’(Z세대 경찰)이 화제입니다. 최근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음주운전을 적발한 마이클 아킨슨이라는 24세의 Z세대 경찰관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가 전하는 음주운전 적발 직후 팀버레이크와 아킨슨 경찰관 사이에 오간 대화입니다.

Justin said under his breath, ‘This is going to ruin the tour.’ The cop replied, ‘What tour?’”
(저스틴이 혼잣말로 ‘투어에 지장을 받겠네’라고 하자 경찰은 ‘무슨 투어’라고 물었다)
‘under’는 ‘아래’, ‘breath’는 ‘숨’이라는 뜻입니다. ‘under breath’는 ‘숨 아래’를 말합니다. ‘say under breath’는 직역을 하면 ‘숨 아래로 말하다’가 됩니다. 숨 쉬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숨 쉬는 것보다도 아래로 말한다는 것은 ‘아주 작게 말하다’ ‘혼잣말을 하다’라는 뜻입니다.

2000년대 초 인기를 끈 팀버레이크는 벌써 43세의 중년입니다. 딱히 음악에 관심이 없다면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는 그가 누군지 모릅니다. 24세의 아킨슨 경찰관이 바로 그렇습니다. “무슨 투어”냐고 되묻는 그의 반응을 통해 미국인들은 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에는 “팀버레이크가 이 정도면 나는 양로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농담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월 18일 소개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관한 내용입니다. 펜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이었다가 트럼프 지지자들이 벌인 의사당 난입 사태를 계기로 앙숙 관계가 됐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의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공식 인증한 것을 계기로 흥분한 폭도들이 의사당에 난입했습니다.

▶2021년 1월 18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118/104963197/1

2020년 대선 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의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공식 인증하는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2020년 대선 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의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공식 인증하는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미국인들은 부통령을 가리켜 ‘3대 job(직무)’이라고 합니다. ‘thankless’(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 ‘useless’(필요 없는), ‘forgotten’(잊힌) job. 대통령에 가려 희미한 자리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요즘 의사당 난입 사태로 혼란에 빠진 미국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Trump and Pence have chosen to bury the hatchet after a week of silence, anger and finger-pointing.”
(트럼프와 펜스는 침묵하고 화를 내고 남 탓을 하며 일주일을 보내다가 화해하기로 했다)
펜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하지 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승리를 공식 인증했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사이가 틀어졌다가 일주일 만에 화해했습니다. 물론 진심으로 화해한 것은 아니지만 더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손도끼를 말하는 ‘hatchet’(햇칫)은 싸움을 상징합니다. 과거 원주민 부족들이 서로 싸우다가 휴전의 의미로 무기인 손도끼를 소나무 밑에 묻은 전설에서 유래했습니다. ‘finger pointing’은 다른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다, 즉 남 탓하는 것을 말합니다.

He is a manila envelope taped to a beige wall.”
(존재감 없다)
오랫동안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뒤쪽에서 장식처럼 서 있는 존재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주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TV 심야 토크쇼의 단골 조롱 대상이었습니다. CBS 심야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는 펜스 부통령을 가리켜 “베이지색 벽에 붙여진 마닐라 봉투”라고 비꼬았습니다. 마닐라 봉투는 베이지색입니다. 베이지색 벽에 붙여져 있으면 있는지 없는지 모릅니다. ‘존재감 무(無)’라는 뜻입니다.

I was running the dishwasher, putting my clothes in the laundry. We’re still waiting for him to return the call.”
(식기세척기도 돌리고 세탁기에 빨래도 넣으며 기다렸다. 아직도 그의 답신 콜을 기다리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사당 난입 사태를 유발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청하기 위해 펜스 부통령에게 전화했습니다.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과 내각의 과반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그런데 비서는 하염없이 “기다리라”라고 합니다. 당시 집에 있던 그녀는 가사 일을 하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20분 동안 대기했건만 비서는 마지막에 “부통령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라고 답합니다. 펜스 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전화를 피하는 것으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부한 것입니다.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한 펠로시 의장은 펜스 부통령의 무응답에 화를 냈습니다. “나 아직도 당신의 답신 콜 기다리고 있거든요.”



#미국#대통령 선거#트럼프#부통령 후보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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