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밀린 바이든… 지지층서 ‘교체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9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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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美대선 첫 TV토론
바이든, 말더듬고 실언에 여론 혹평
고령 리스크 부각… 美민주 “악몽”
트럼프, 거친 공세… 거짓말 논란도
서로 “최악” 설전 ‘네거티브 비방전’

27일 오후 10시경(현지 시간) 미국 CNN 방송이 주관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사진)이 발언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입을 벌린 채 뭔가에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서로를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 부르며 상호 비방에 치중했던 이날 토론은 90분 내내 제대로 된 정책 공약은 부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잦은 실언과 어색한 태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크게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CNN 방송 캡처
27일 오후 10시경(현지 시간) 미국 CNN 방송이 주관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사진)이 발언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입을 벌린 채 뭔가에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서로를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 부르며 상호 비방에 치중했던 이날 토론은 90분 내내 제대로 된 정책 공약은 부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잦은 실언과 어색한 태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크게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CNN 방송 캡처

“당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the worst president in the history)이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은 27일(현지 시간) 첫 대선 TV토론이 인신공격과 가짜 정보로 도배된 ‘네거티브 비방전’으로 흘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차례 말을 더듬고, 힘 없는 표정과 목소리 등으로 ‘최악의 토론’이란 혹평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침없는 거짓말로 공세를 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선거일까지 131일 남은 미 대선은 향후 정책 경쟁 대신 네거티브 공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악수도 없이 곧장 토론에 돌입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와 사법리스크 등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내가 이룬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무너뜨렸다”며 “의심의 여지없이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말은 모두 거짓”이라며 “그야말로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받아쳤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내내 힘없고 쉰 목소리였고, 답변에도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생중계된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부르는 등 실언이 잦았다. “불법 이민자들이 성폭행을 저지른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하며 낙태권 보호를 강조하려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배우자와 형제자매에게 성폭행을 당한다”는 말실수를 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언할 때 자주 멍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건강 리스크’가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조기 TV토론을 통해 지지부진하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을 기대했던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토론을 놓고 ‘재앙’, ‘악몽’ 등의 반응이 나왔다.

토론이 끝난 뒤 민주당 안팎에선 후보 교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2020년 민주당 대통령 경선 참여자인 앤드루 양은 소셜미디어에 ‘후보 교체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오하이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조지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을 대안 후보로 언급했다.

“멍청이 트럼프 ”“최악 바이든”… 원색 비방 90분, 악수도 없었다
[美대선 첫 TV토론]
정책 대결 대신 인신공격 주력… 토론 내내 눈도 거의 안 마주쳐
‘트럼프 외도’ 놓고 낯뜨거운 공방… WP “아이들에게 설명하기도 민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토론회에서 격론을 벌이고 있다. 이날 토론은 청중 없이 생방송으로 90분간 중계됐다. 애틀랜타=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토론회에서 격론을 벌이고 있다. 이날 토론은 청중 없이 생방송으로 90분간 중계됐다. 애틀랜타=AP 뉴시스
‘황금시간대’인 27일 목요일 오후 9시(현지 시간), 90분간 진행된 미국 대선 TV토론은 전현직 대통령의 원색적 비방으로 점철됐다.

미 CNN방송이 주관한 1차 토론은 역대 가장 이른 시점에 열린 토론으로, 다양한 정책을 검증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토론 내내 정책 대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음소거’ 버튼까지 동원된 만큼 진행 방식은 2020년 토론보다 침착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사상 최악의 대통령은 바로 당신”이라며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는 데 주력했다.

● “당신은 멍청이”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두 후보는 입장 때조차 악수를 나누지 않았다. 두 번의 중간광고 때도 인사 없이 냉랭한 태도를 유지했고, 토론 내내 눈을 마주치는 일도 드물었다. 2020년 토론 당시에도 팬데믹 방역 문제로 악수를 생략했던 두 사람은 4년 뒤 더욱 ‘철저한 거리 두기’를 유지했던 것. 토론을 마친 뒤에도 두 사람은 악수나 인사를 하지 않았다.

상대를 향한 혐오감을 먼저 드러낸 건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토론 시작 32분경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을 ‘루저(loser)’, ‘멍청이(sucker)’라 불렀다는 보도를 인용했다. 그는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아들 보를 언급하며 “내 아들은 루저나 멍청이가 아니다. 당신이야말로 루저이고 멍청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된 중범죄자”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또 “당신은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성추행했고, 아내가 임신한 날 포르노 스타와 잠자리를 가졌다”며 “도덕성이 도둑고양이 수준”이라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포르노 스타와 잔 적 없다”고 받아쳤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함께 토론회를 보던 8세 아들에게 설명하기 참 어려운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말실수할 때마다 “뭐라고 말한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본인도 모르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리는 전략으로 그의 ‘고령 리스크’를 부각시켰다.

● 팩트 체크 없이 책임 떠넘기기


토론 진행을 맡은 CNN의 제이크 태퍼와 데이나 배시는 후보들의 답변에 적극 개입하는 대신 준비된 질문을 던지는 역할에 충실했다. 비논리적인 주장을 펼치거나, 거짓된 내용을 언급해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6일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의사당에 난입했던 것과 관련해 사회자가 “이번 대선 결과는 받아들일 것이냐”고 3번이나 물었지만 분명하게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임에 성공하면 2022년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이 뒤집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복원해 낙태권을 보장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선 최대 정책 이슈로 꼽히는 고물가 등 경제 문제에서 전현직 대통령은 ‘책임 떠넘기기’에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당시 미 경제는 자유낙하 중이었다”며 “내가 이 혼란을 정리해 8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고 성과를 과시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 경제는 역사상 가장 위대했다”며 “바이든은 인플레이션에 형편없이 대응해 국가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는 “불법 이민자를 위한 일자리와 (코로나19로 사라졌다가) 복구된 일자리들뿐”이라고 폄하했다.


애틀란타=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트럼프#바이든#지지층#교체론#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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