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주요 후보 투표 마쳐…당국, 투표마감 자정까지 연장

  • 뉴시스
  • 입력 2024년 6월 29일 0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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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후보들도 투표 마쳐…"이스라엘 제외한 모든 국가와 관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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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각)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이란 당국은 사람들이 대선 투표를 하도록 장려했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란 국영 TV는 선거당국이 대선 투표를 자정까지 2시간 더 연장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 선거당국은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된 투표 마감시간을 오후 8시, 오후 10시로 두 차례에 걸쳐 연장했다.

당국은 이날 늦게 투표소에 더 많은 유권자가 나타나 투표 시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투표소에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 따라 연장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란 법에 따르면 투표 연장은 자정이 최대 시한이다. 선거는 하루 동안에만 치뤄져야 하기 때문에 투표는 자정에 마감돼야 한다.

이날 이란은 지난 5월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외무장관을 비롯한 다른 여러 관리들과 함께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한 대통령 보궐선거를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을 3파전 양상이라고 대체로 분석한다. 강경파는 사이드 잘릴리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등 두 명의 후보가 있다. 그리고 2015년 세계 강대국들과의 핵 협정 복귀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협력하고 있는 개혁 성향 후보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또 한 명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 선거에서 기록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보인 후, 이날 투표에 얼마나 많은 이란인들이 참여할지는 불확실하다.

이번 대선은 18세 이상의 이란인이라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다. 이란에는 전국 각지에 5만8640개의 투표소가 모스크, 학교, 기타 공공건물에 설치됐다. 유권자는 먼저 신분증을 제시하고 양식을 작성해야 한다. 투표는 유권자가 투표할 후보자의 성명과 숫자를 적어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다. 투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지만 당국은 통상적으로 최소 몇 시간 후에도 투표를 계속 진행한다.

투표 시간이 자정까지 연장되자 뒤늦게 유권자들은 테헤란 투표소로 달려가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섰다고 AP가 보도했다.

현지 국영 TV에서는 날씨가 조금 선선해진 저녁이 되자 더 많은 사람들이 투표소로 향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내와 테헤란 남부 투표소에는 투표장 밖에도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이란의 주말은 목요일과 금요일이다. 많은 이란인들은 이날이 주말이고 더운 날씨 때문에 금요일(28일)에 일찍 투표하러 나오지 않았다고 AP가 전했다. 이전 선거에서는 많은 유권자들이 저녁에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요일 저녁, 날씨가 선선해지자 테헤란 북부의 한 투표소(중심가 옆 모스크)에도 투표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AP에 따르면 모스크 밖에는 100여명이 줄을 섰고, 대부분이 강경파 후보인 사이드 잘릴리의 지지자들이었다.

테헤란 시내에서 늦게 투표한 유권자 중 한 명인 마지아르 아지미(29·자동차 정비사)는 유일한 개혁주의 후보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아지미는 “그는 정직하고 조용한 나라를 원하는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선호했다.

현직 교사인 마리암 에브라힘(36)은 강경파인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 후보에게 투표했다. 에브라힘은 “그는 모든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기 때문에 투표했다”며 “칼리바프는 수년간 의회에 있었고 모든 파벌과 협력해왔기 때문에 차이점들을 관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럭 운전사 아마드 자레이(49)는 차기 대통령이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칼리바프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칼리바프는 내가 보기에 국가 재건을 추구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를 대신하기 위해 이번 대선에서 국민에게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 하메네이는 높은 투표율이 이란이슬람공화국에 “확실한 필요”하다면서 또한 이번 선거를 “중요한 정치적 테스트”라고 불렀다.

이란 당국은 뉴스 영상과 이미지를 통해 이날 대선에서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장려했다.

현지 국영 yjc.ir뉴스의 영상에는 이란 남동부 도시 케르만에서 2020년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카심 솔레이마니 장군(혁명수비대 쿠드스 사령관)의 무덤 옆 투표소에서 투표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방송됐다. 솔레이마니는 40년 동안 미국의 압력에 맞서 국력을 회복시키려 한 인기 있는 인사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다른 이미지에서는 이란의 기독교인과 유대인 지도자 등 이란의 소수 종교인들도 투표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번 대선은 18세 이상의 이란인 6100만명 이상 투표할 수 있지만, 수년간의 경제적 어려움과 대규모 시위, 중동의 긴장으로 인해 대중의 무관심이 커지면서 투표율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AP가 보도했다.

이날 대선 후보 가운데 국회의장 출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후보와 외교관 출신인 사이드 잘릴리 후보는 테헤란 남부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강경파 후보 사이드 잘릴리 주변에는 수십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우리는 잘릴리가 자랑스럽다”라고 외쳤다고 AP가 전했다.

강경파 정치인이자 전직 고위 핵 협상가였던 잘릴리 후보는 지지자들이 그를 둘러싸고 악수를 시도하자 미소를 지었다. 그는 투표 후 아무런 연설도 하지 않았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후보도 테헤란 남부에서 투표를 했다. 그런 다음 그는 지난 달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함께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의 묘를 방문했다고 AP가 보도했다.

유일한 개혁파로 분류되는 보건장관 출신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는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국가와 더 나은 관계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제시키안은 이날 투표 후 기자들에게 “신의 뜻에 따라 우리는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협정 복귀와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심장외과 의사이기도 한 페제시키안의 이 발언은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로부터 미국에 손을 내미는 것에 대한 반 노골적인 경고를 받은 뒤에 나온 것이다.

페제시키안 후보가 “(서방) 제재의 벽을 깨서, 제재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 수천억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벌을 줘야 한다”고 발언하자, 하메네이는 “어떤 정치인들은 발전을 위한 모든 방법이 미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국가를) 잘 운영할 수 없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발언을 통해 페제시키안은 2015년 세계 강대국과의 핵 협상이 결렬된 이후 서방과의 더 많은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그의 노력을 알렸지만, 한편으로는 서방, 특히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는 그가 직면한 강경파들에게 혐오감을 줄 것이라고 AP가 짚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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