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美대선]
트럼프, 김정은 등과 직접담판 선호… “북핵 등 한반도 이슈 격변 전망”
IRA 폐기 등 ‘마가노믹스’ 공언… 국내기업 대미전략 불확실성 커져
“그(조 바이든 대통령)는 너무 열심히 공부한 나머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무능한 게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첫 미 대선 TV토론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열린 버지니아주 체서피크 선거유세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첫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졸전을 벌여 ‘최악의 토론’이란 혹평까지 받자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치며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겠단 의지를 분명하게 내비친 것.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에서 참패했단 평가가 나오면서 이번 토론이 몰고 올 후폭풍이 한미 관계엔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재집권 경보는 이미 충분히 예고된 변수였지만 이번 토론을 계기로 ‘트럼프 리스크’가 훨씬 더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눈앞의 과제는 물론이고 북핵 협상이나 경제안보 등까지 (한미 간) 주요 이슈 전반에서 격변의 수준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 “북-중-러 ‘스트롱맨’들과 북한 문제 등 담판 가능성”
한반도가 신냉전 구도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는 흐름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 도발에 맞선 대응이나 북핵 협상 등에서도 현재와 크게 다른 접근법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공동 대응에 초점을 맞춘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물론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직접 담판을 짓고 주판알을 튀기며 한반도 안보 이슈를 풀어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을 상대론 거친 언사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당근을 제시하며 극적인 협상판을 만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첫 TV토론에서 “푸틴, 시진핑, 김정은은 바이든을 존중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자신이 집권하면 협상이든 제재든 북-중-러 ‘스트롱맨’들과 직접 담판 짓고 해결하겠단 의미로 들렸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일체형 확장억제(핵우산)’를 제도화 수준으로 다지는 등 한미일 3각 협력 체제를 이미 공고히 한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도 한반도 안보 이슈에서 패싱당할 염려는 적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분노와 화염’ 공세와 ‘통 큰 선물’ 세례를 정신없이 내던질 트럼프 전 대통령 스타일상 북-미 직거래 과정에서 언제든 우리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 북핵 협상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완전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동결 또는 핵군축 협상을 벌일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취임 첫날부터 ‘마가노믹스’ 정책을 내세우겠다고 공언했다. 마가노믹스는 자신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것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보호무역주의, 감세정책 등을 핵심으로 한다.
그런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바이든 정부 체제에서 대미 전략을 짜온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내 제조업 육성을 위해 전 세계 최저가 에너지 공급을 강조하며 신재생에너지 대신 석유, 천연가스, 핵, 석탄, 수력발전소 등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내세울 경우 전기차와 배터리 등 우리 친환경 산업 분야가 타격을 받는 건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공격적으로 북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삼성, LG, SK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IRA 폐지 혹은 생산·소비 보조금 축소가 현실화되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사업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해진다.
●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할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시작으로 주한미군 감축 등 이슈까지 연쇄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증액까지 요구한 전력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한 뒤 이를 거부하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등을 노골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 국내에서 더욱 고개를 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선 이미 트럼프 재집권 시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느냐”며 “트럼프가 우리 안보 불확실성을 높이면 우리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자체 핵무장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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