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돌풍에 유럽 충격…총선 코앞 영국 ‘노심초사’

  • 뉴시스
  • 입력 2024년 7월 2일 1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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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물결 번질까 방파제 세우는 영국 보수·노동당
우려스러운 상황 지켜보겠다는 폴란드·독일·스페인
반가움 속 표정 관리하는 러시아·이탈리아·헝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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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극우 광풍이 몰아친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각기 다른 반응을 내왔다. 특히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영국은 잔뜩 경계한 모습이다.

1일(현지시각) 르몽드, AFP,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전날 치러진 프랑스 1차 총선에서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의회(하원) 원내대표가 이끄는 국민연합(RN) 세력은 득표율 33.15%로 1위를 차지한 것과 관련, 유럽 지도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프랑스 선거로 극좌 성향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등이 포함된 신인민전선(NFP)은 득표율 27.99%로 2위에 올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소속 정당인 르네상스(RE)를 포함하는 앙상블(ENS)은 득표율 20.04%로 3위에 그쳤다.

여당을 향한 민심 이반과 그 대안적 성격으로 극우 정당으로의 결집이 두드러진 선거 결과로 정리된다.

◆영국, 극우 때리는 보수당·반면교사 다짐한 노동당

오는 4일 선거에서 참패가 예고된 또 다른 여당 영국 보수당은 극우 정당의 성장에 불만이 크다. 좌파 노동당 선전이 예고된 가운데 보수 성향 유권자 표심을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Reform UK)이 쪼개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론조사에서 영국개혁당은 보수당과 근소한 차이로 3위에 올라와 있다.

보수당 소속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여러 영국개혁당을 후보와 선거운동원이 공개적으로 인종차별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없다. 이는 당 내부 문화를 방증한다”고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를 향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는 프랑스 선거 결과를 두고 “여기서 얻은 교훈은 정치에 불만을 느끼고, 국가가 너무 망가져서 고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지난 14년 동안 보수당이 한 일 때문에 정치인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 나라의 많은 국민의 일상적인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선거일에 영국을 비롯해 유럽과 세계에 진보주의자만이 영국과 유럽 전역이 직면한 도전에 해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영국 정치에 불만을 느끼는 이유를 이해하고, 정치를 (국민을 향한) 봉사로 되돌려야 하며, 정치가 선의의 힘이라는 주장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려 속 눈에 밟히는 폴란드·독일·스페인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프랑스 선거와 관련 “프랑스와 유럽이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이 정말로 매우 위험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의 많은 급진 우파 정당에서 러시아의 영향력과 밀접성을 경고했다.

다만 투스크 총리는 “르펜 대표 진영의 급진 우파가 완전하게 승리했다고 해도 마크롱 대통령이 대표하는 중도파가 권력을 상실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는 (극우 정당 광풍이) 프랑스뿐만 아니라 일부 다른 국가와 서유럽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매우 명확한 신호”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프랑스는 곧 유럽의 병자가 될 수 있다”면서 “유럽의 외국 세력과 적은 이 같은 움직임 뒤에 숨어서 이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극우파가 선거에서 성공을 거둬 우려스럽다”라면서 “가장 가까운 협력국이자 친구인 유럽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아니라 그 자체로 문제라고 보는 정당이 조사 결과 크게 앞서 있다. 이로부터 누구도 무관심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앞서 올라프 숄츠 총리는 “프랑스 선거와 관련해 우려하고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과 계속 협력하겠지만 그런데도 극우파가 입법부를 장악하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때문에 그는 선거 전부터 프랑스 상황이 걱정스럽다며 르펜 대표가 없는 다른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이례적으로 프랑스 선거에 논평했다.

페드로 산체스(Pedro Sanchez) 스페인 총리는 “프랑스 좌파가 집결할 것”이라면서 “스페인이 6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통치권을 확보해 진보적 정책을 시행해 극우파를 물리쳐야 한다고 믿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 정부가 하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과 거짓 뉴스를 해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진보적인 정부와 정책에 투자해야 한다”라며 “극우파의 승리가 이미 결정된 일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좌파 결집을 독려했다.

◆환한 얼굴로 표정 관리하는 러시아·이탈리아·헝가리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랑스 선거 결과를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우리에게 프랑스 유권자의 선호는 어느 정도 명확하다”면서 “앞서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에서 이 같은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 프랑스 유권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지만 2차 투표를 기다릴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지난주 우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토론에서 지는 것을 봤다. 그리고 이제 마크롱 대통령의 당은 패배했고, 총선에서 3위를 차지했다. 권력을 가진 국가 원수는 엄청난 패배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극우 유권자를 악마화하려는 시도가 힘을 잃고 있다”면서 “정치적 차원에서 RN과 그 연대 세력이 1차 투표에서 확실한 성공을 거둔 것을 축하한다”고 웃었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좌파에 투표하지 않는 사람을 악마화하고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라면서 “이 같은 전략은 서로 다른 정치적 제안이 가진 장점과 관련한 본질적인 토론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점차 이에 속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낙관주의를 표명하면서 “프랑스 유권자가 변화를 원한다”고 역설했다.

오르반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권위주의적이고 친(親)러시아 성향 정부가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을 맡는 일을 둘러싼 우려에 “EU에서는 일이 이렇게 진행될 수 없다.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 그 때문에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와 프랑스 정부가 몰락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우리 낙관론의 첫 번째 이유는 국민이 변화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EU 관료는 다르게 생각하고, 그들은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라면서 “저는 오랫동안 EU 엘리트를 비판해 왔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EU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EU 의장국 지위를 이용해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MEGA·Make Europe Great Again)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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