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토론 승리 이어 면책특권 인정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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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법 “재임중 공적행위 처벌 못해”
대선패배 뒤집기 혐의 재판 어려워져


미국 연방 대법원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법무부에 선거인단 교체 압박 등을 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의 면책 특권을 일부 인정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대선 패배 뒤집기 시도’와 관련된 재판이 11월 대선 전에 열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1일(현지 시간) 대법원은 찬성 6 대 반대 3으로 “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 수행한 공적 행위에 대해선 형사 기소에 대한 일부 면책 특권을 갖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대통령은 헌법적 권한의 수행에 있어선 절대적(absolute) 면책권을 갖고 있으며, 그 외의 공적 행위에 대해서도 면책 특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무부 압박 혐의에 대해선 행정부처 장관으로부터 소관 업무에 대해 문의하고 보고받은 것이라 면책권이 있다고 판결했다. 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에게 대선 결과 인증을 거부하라고 압박하고,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선동한 혐의는 하급심으로 보내 공적 행위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대선이 넉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달 27일 진행된 TV토론 압승에 이어 논란이 됐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재판, 대선前 결론 불가능… TV토론 선전 이어 또 호재


[트럼프 사법리스크 일부 면책]
美대법, 대선불복 면책특권 일부 인정
‘기밀문서 유출’ 등 2건도 면책 주장… 관련 재판들 연기 불가피할듯
성추문 입막음까지 무효화 나서


“헌법상 3권 분립의 구조 아래서는 대통령의 ‘공적 행위(official acts)’는 최소한의 면책을 받을 자격이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 뒤집기 시도 사건’에 대해 일부 면책 특권을 인정했다. 그동안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측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권력 남용 및 대선 결과 불복 행위로 비판해 왔던 일련의 사건들을 대통령의 공적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재판들은 11월 대선 전에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에서 TV토론 선전에 이어 “가장 중요한 호재(the most significant pieces of good news·뉴욕타임스)”를 맞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에 대해서도 면책 특권 주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 면책 특권 날개 단 트럼프, 관련 재판 ‘올스톱’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사건은 대선 패배 뒤집기 시도를 포함해 모두 4건이다. 나머지 3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 등을 자택으로 가져간 ‘기밀문건 유출 사건’ △2020년 대선 직후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1만1780표를 찾아라”라고 지시한 ‘조지아주 선거 개입 사건’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려는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대가로 돈을 지급한 ‘성추문 입막음 사건’이다.

이 중 기밀문서 유출 사건과 조지아주 선거 개입 사건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볼 때 대통령의 공적 행위로 해석 가능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 대해 면책 특권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재판 지연은 물론 혐의 자체를 기각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미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도 무효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대니얼스가 자신과의 성관계를 폭로하려하자 입막음 대가로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지급하고, 이 비용 관련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유죄 평결 파기 및 선고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당시 장부 기록은 재임 기간 이뤄진 공적 행위로 면책 특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대통령, 법 위의 왕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소셜미디어에 “미 헌법 및 민주주의를 위한 큰 승리”라고 밝혔다.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선 “대법원은 공적 행위에 대해 완전한 면책 특권을 제공했다”며 “이런 마녀사냥은 일어나서는 안 됐다”고 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 및 모든 미래 대통령의 승리이자 (사법부를) 무기화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법무부와 특별검사 잭 스미스의 패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막을 법적 장치가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판결에 대한 반대 의견을 대표로 작성한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라이벌을 암살하라고 명령해도, 권력을 잡으려 군사 쿠데타를 시도해도 면책”이라며 “이제 대통령은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인 대법원을 겨냥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하원 민주당은 다수의 극단적이고 극우적인 대법관이 헌법을 준수하도록 공격적으로 감독하고 입법 활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강경파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대법관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트럼프#면책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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