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법 “장애인 등에 강제 불임수술, 국가가 배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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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1996년 시행 ‘우생보호법’
“인격 존중 정신에 어긋나… 위헌”


일본 대법원(최고재판소)이 3일 장애인 등에게 강제 불임수술을 시행한 일본 정부에 대해 배상을 명령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일본 대법원은 이날 옛 우생보호법에 대해 “개인 존엄과 인격 존중 정신에 현저히 어긋난다”며 위헌 및 피해자 배상을 판결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에는 합법이었고 제척기간(권리가 존속하는 기간) 20년이 지나 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직권 남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 우생보호법은 나치 독일의 ‘단종법(斷種法)’을 모델로 1948년 제정돼 1996년까지 시행됐다. ‘불량한 자손’을 낳지 않게 한다는 명분으로 지적 장애인, 정신 질환자, 유전성 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강제로 인공 중절 수술이나 불임 수술을 실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으로 일본에서는 5만1276건의 임신 중절 수술과 2만4993건의 불임 수술이 이뤄졌다. 일본 국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 가운데 1만6475명이 강제로 수술을 받았다. 10대 이하 젊은이 피해도 2714건에 달했다. 심지어 9세 어린이도 강제 수술을 당했다. 맹장 수술 때 본인 모르게 수술하거나, 법으로 인정되지 않는 자궁 및 고환 적출 사례도 있었다.

우생보호법은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최악의 반인륜적 인권 침해로 비판받았다. 2019년 일본 국회는 강제 수술 피해자에게 1인당 320만 엔(약 2750만 원)을 지급하는 피해자 구제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국가가 법적 책임을 명확히 적시하지 않았다며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측은 “잘못을 저질렀으면 사과하는 게 사람으로서도 국가로서도 당연한 일”이라며 “장애인 차별 해소와 복지를 위해 밝은 한 걸음이 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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