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앞에 있는 대만의 섬인 진먼다오(金門島) 주변에서 조업하고 있던 대만 어선이 중국 해안경비대에 나포됐다.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총통이 5월 취임한 뒤 처음 발생한 나포 사건으로, 라이 총통은 갈수록 긴장이 높아지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풀어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대만 해양위원회는 “전날 오후 8시경 대만 어선 ‘다진만(大進滿) 88호’가 중국 해안경비대에 나포됐다”며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석방을 요구했으나 중국과 추가적 갈등을 피하기 위해 추격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중국 해안경비대는 해당 선박에 탑승해 두 시간가량 검문한 뒤 선박을 푸젠(福建)성 웨이터우(圍頭)항으로 끌고 갔다.
해당 어선에는 당시 대만인 2명과 인도네시아인 3명이 탑승해 오징어 조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다진만 88호가 중국 하계(5∼8월) 휴어기에 중국 영해에 들어가 불법 조업을 벌였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대만 정부는 “양안 공동 조업구역에서 나포됐다”며 이를 반박했다.
최근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부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진먼다오는 중국 본토와 불과 4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이 일대에서 어선 단속을 두고 양측은 그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올 2월 진먼다오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선박이 대만 해경에 발각돼 도주하다가 어민 2명이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중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 “진먼다오 해역을 상시 순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 해경은 진먼다오 해역에 거의 매일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해양위원회는 나포 직후 “중국은 사건을 정치적으로 처리하지 말고, 조속히 이유를 설명하고 절차에 따라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측은 이에 대해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만 일간 쯔유(自由)시보는 이번 나포를 “중국이 라이 총통에게 가한 상징적 보복 조치”라고 평했다. 라이 총통은 1일 한 학술대회에서 “대만 주권에 대한 침탈과 합병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 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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