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00년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온 명품 백화점 두 곳이 합병된다. 명품 시장 둔화와 오프라인 점포의 영향력 감소 속에 생존을 위해 경쟁사 간 합병이 진행된 것이다.
명품 쇼핑 거리로 유명한 뉴욕 5번가에 본점이 있는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모기업인 허드슨스 베이 컴퍼니(HBC)는 라이벌 백화점 ‘니만 마커스’를 26억5000만 달러(3조7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거래에는 아마존과 세일스포스 등 빅테크 기업도 참여했고, 이들은 합병사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니만 마커스가 파산신청을 하자 양사의 합병 논의는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팬데믹이 종료된 뒤에도 고물가 속에 소비자들이 고가 명품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같은 명품 기업이 티파니, 리모와 등 굵직한 브랜드를 인수하며 직접 소비 판매에 나서자 명품 백화점의 입지는 좁아지는 추세였다.
리처드 베이커 HBC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니만 마커스 인수를 통해 세계 최고의 영업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며 “명품 판매에는 아름다운 매장과 신뢰할만한 직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합병을 통해 두 회사의 연간 매출은 약 100억 달러(13조82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삭스 피프스 애비뉴는 1924년, 뉴욕 5번가가 고급 저택으로 둘러쌓여 있던 시절에 설립됐다. 1899년에 역시 5번가에 자리잡은 ‘버그도프 굿만’ 백화점, 1923년 인근 매디슨가 ‘바니스 뉴욕’과 더불어 뉴욕 5번가 명품 쇼핑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니만 마커스는 1907년 텍사스주에서 창업돼 점포를 확장하며 1972년 버그도프 굿만을 인수하며 미 전역에서 삭스 피프스 애비뉴와 경쟁을 벌여 왔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의 등장, 팬데믹, 거대 명품 기업의 탄생 등으로 바니스와 니만 마커스는 2020년에 나란히 파산했다. 삭스 피프스 애비뉴는 바니스 브랜드 라이선스를 인수한데 이어 니만 마커스 인수로 100년 경쟁의 승리자가 됐다. NYT는 “명품 유통 시장이 온-오프라인 모두 흔들리는 가운데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니만 마커스 인수는 명품유통 지형을 바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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