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14년만에 정권교체 유력
노동당, 치과 구제 앞세워 표심 공략… “정부 구성할 준비 마쳐” 압승 자신
수낵 “연 30조원 감세” 민심 공략엔… 노동당 스타머 “최저임금 인상” 맞서
“보수당 집권기에 영국의 치과가 쇠퇴했다. 이를 막아야 한다.”
4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이 확실시되는 제1야당 노동당의 구호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 기간 중 홈페이지에 “긴급 치과 진료 70만 건 이상을 제공하겠다”는 ‘치과 구제 계획’을 발표하며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치과 의사가 턱없이 부족해 5∼9세 아동이 병원에 입원하는 가장 흔한 이유가 ‘썩은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일 정도로 공공의료가 마비됐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실제 치과 예약을 잡지 못한 많은 영국인들이 집에서 ‘셀프 발치’를 하거나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영국 총선의 핵심 현안으로 ‘공공의료 붕괴’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여론조사회사 서베이션의 2일 조사에서 노동당이 하원 650석 중 484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정부를 구성할 준비를 이미 마쳤다”며 선거 압승을 자신했다.
● 펜치-접착제로 ‘셀프 치아 치료’
노동당은 총선 기간 보수당의 치과 제도 등 공공의료 문제를 집중 공격했다. 특히 치과 치료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영국에는 치과 진료소 1만1000여 곳이 있다. 영국의 무상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보조금을 받아 비교적 저렴한 ‘NHS 진료’와 지원금을 받지 않아 비싼 편인 ‘개인 진료’로 나뉜다. 의사들은 최근 정부 지원금이 충분하지 않다며 NHS 진료 대신 값비싼 개인 진료를 늘리고 있다.
비용 부담이 크다 보니 서민들에겐 치과 문턱이 확 높아졌다. BBC 방송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치과 진료소의 90%가 NHS 진료 때 신규 성인 환자를 받지 않았다.
비싼 개인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NHS 진료 대기만 하다 결국 스스로 치아를 뽑기도 한다. 또 다른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에 따르면 ‘셀프 치과 치료’를 했다고 답한 영국인이 전체의 10%에 달했다. 일부는 집에서 쓰는 펜치나 초강력 접착제를 사용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 보수당 경제난 대응도 비판 고조
보수당은 경제 부문에서도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고물가가 고착화한 와중에 세금 부담 또한 작지 않아 민심을 떠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보수당 출신의 여러 총리가 구설에 올랐던 것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2022년 한 해에는 무려 세 명의 총리가 등장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코로나19 기간 방역 지침을 어기고 술잔치를 벌이는 소위 ‘파티 게이트’로 낙마했다. 뒤이어 취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대규모 감세안 발표로 파운드화 급락을 초래해 취임 44일 만에 사퇴했다.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도 썼다.
2022년 10월 집권한 리시 수낵 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2030년까지 연 170억 파운드(약 30조 원)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며 세금 인하 공약으로 떠나간 민심을 잡으려 했다.
반면 스타머 대표는 “공공의료를 개혁하고 생계비 인상분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높이겠다”며 맞섰다. 특히 스타머 대표가 노동당의 전통적인 좌파 색깔을 지우고 ‘우클릭’ 공약을 많이 도입하면서 중도층 유권자 표심을 적극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대학 등록금 폐지, 초고소득자 소득세 인상 같은 강성 좌파 공약을 철회했다. 러시아 중국 등의 위협에 맞서 핵잠수함을 추가 건조하겠다며 안보 정책에서도 보수적인 면모를 보였다.
영국 총선에선 각 선거구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과반을 달성하지 못해도 당선된다. 노동당이 승리하면 수낵 총리가 바로 사임하고 곧바로 스타머 대표가 총리직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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